벤치마킹하지 말고 퓨처마킹하라!
같은 하늘 아래에서 어느 조직은 상상력 부족으로 코로나 2차 대유행 촉발의 원인을 제공했고 어느 조직에서는 상상력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는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상과학 공모전'을 열었다.
앞으로 세상은 지금보다 더 복잡해지고 더욱 불확실해 질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이 또한 불편함으로 여겨 이러한 문제 역시 지능화된 기술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바로 4차산업혁명이고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기도 하며 언택트기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우리 대신 이 세상을 컨트롤해 주는 미래는 아직 먼 미래이며 여전히 수많은 상황 속에서 인간 스스로 미래를 예측하며 의사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과거 어느때보다 세상은 촘촘하게 연결되었고 이에 따른 변수 또한 많아졌으며 그로 인해 불확실성 역시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수많은 인간들이 세상을 보고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단순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기때문에 다양한 미래 가능성을 예측하면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넋 넣고 있을 수도 없고 이럴 때는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한 수 두 수 앞을 내다보면서 이 결정으로 일어날 가능성 중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려 봐야한다. 하지만 혼자서 하다가는 어설픈 상상으로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되기에 집단지성을 통해 다양한 이들의 의견도 빠르게 듣고 반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미래의 작은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없더라도 누군가는 그걸 볼 수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게 꼭 경험이 많고 나이가 많은 리더가 아닐 수도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임원들이 MZ세대에게 역으로 과외를 받고 있는 이유 역시 이때문일 것이다.
뭐 어쨌든 중요한 건 국가와 조직의 상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상상력이 일단 높아야 한다. 하지만 상상력 다르게 말하면 미래에 대해 질문하고 가설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은 과거부터 현재로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패턴을 읽고 뇌가 미래의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 줘야 한다. 즉, 평생학습을 하지 않으면 힘들다는 얘기다.
그냥 머릿 속으로 질문을 많이 한다고 상상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고 현실성 없는 상상은 그저 망상일 뿐이다. 하지만 상상력은 질문하는 습관 역시 필요하기에 평소에 늘 질문을 하고 상상을 하는 사고훈련이 되어 있으면 좋긴 하다. 이러한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어릴 때부터 책을 보는 것도 매우 좋다. 글을 읽으면서 머릿 속으로 상상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추리소설(애거서 크리스티의 전집이 집에 있었음)을 좋아 했는데 이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범죄수사를 하는 원리 역시 증거와 현장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요구하기에 CSI 드라마 같은 것도 보면서 범인이 누굴지 추리를 함께 하다 보면 분명 상상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릴 때 나는 수사반장을 엄청 좋아했다.
문제는 학교 다닐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늘 그랬지만 공부는 안 하고 소설이나 보고 만화나 보고 책이나 본다고 혼내고 엉뚱한 생각한다고 이러한 활동을 통제하다 보니 당연히 인간의 상상력은 성인이 되면 될 수록 죽을 수 밖에 없다. 조직에서도 뜬구름 잡는 소리한다고 직원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묵살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참고로 이런 상상력이 뛰어난 직원들이 몇차례 자신의 생각이 묵살당하는 경험을 하면 다시는 의견을 제시하지 않거나 그 조직을 떠나고 만다는 것을 잊지 말자.
불확실성 시대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는 상상력과 4차산업혁명 시대에 먼저 새로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퓨처마킹능력 등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는 상상력에 달렸다. 학생들이 국영수 과외학원에 3~4시간씩 가는 게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일까?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데 3~4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일까?
스스로 책을 통해 자기주도 학습과 평생학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도 상상력과 퓨처마킹능력 등 새로운 질문을 하는 능력이 절대 퇴화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다양한 분야에 대한 미래를 제대로 상상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맥락을 읽을 수 있는 책을 읽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맥락을 읽어야 허황된 상상력이 아닌 개연성 있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