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찌꺼기로 새로운 가치 창출하는 기업들
커피 없는 하루, 가능할까요? 습관처럼 매일 마시는 커피는 하루를 지탱하는 에너지원이 되었는데요.
과연 우리는 1년 동안 몇 잔의 커피를 마실까요? 2018년 20세 이상 한국인 기준 커피 소비량은 1인당 연간 353잔, 이는 세계 평균인 132잔의 약 3배 수준으로 다량의 커피를 소비합니다. (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 현대경제연구소)
FAO(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커피 소비량 역시 해마다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커피 소비량이 증가하는 만큼 커피 원두를 내리고 남은 찌꺼기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환경부는 한국에서 연간 버려지는 커피박(커피 찌꺼기)이 10만 톤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집계하면 어마어마한 양이 되겠죠.
버려지는 쓰레기도 제대로 재활용하면 자산이 될 수 있는데요. 커피 찌꺼기로 버섯을 재배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커피로 버섯을 재배하려는 시도는 Gunter Pauli가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 개념을 제시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경제 성장 제일주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화석 연료 고갈과 지구 온난화를 초래했는데, 이를 ‘레드 이코노미(Red Economy)’라고 합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의미하는 ‘그린 이코노미(Green Economy)’가 제기되었지만, 그 역시 한계에 부딪칩니다.
예를 들어, 친환경 세제 생산에 필요한 야자유를 얻기 위해 야자수 재배를 늘리다 보니 오랑우탄의 서식지 파괴 및 열대우림 파괴라는 뜻밖의 결과를 초래한 것처럼요. 이는 세계 최대 친환경 기업가인 Gunter Pauli가 직접 경험한 일입니다.
그는 ‘그린 이코노미’만으로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블루 이코노미’라는 개념을 주창했는데요. 자연생태계의 순환 시스템처럼 버려지는 자원 없이 재생 가능한 순환 경제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블루이코노미> 군터 파울리, 2010년 출판)
‘블루 이코노미’를 설명하기 위해 그가 자주 사용하는 사례 중 하나가 커피인데. 그야말로 커피 찌꺼기의 재발견입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에 사용되는 커피콩의 양과 영양 성분은 1%도 안되고, 모두 쓰레기로 버려지고 말죠. 커피 찌꺼기는 생활 폐기물로 분류되어 환경을 오염시킵니다. 소각되면 이산화탄소를, 그리고 매립되면 메탄가스를 발생시키고 카페인 성분이 토양을 훼손합니다.
‘그린 이코노미’ 개념대로면 커피 찌꺼기를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쳐 퇴비로 사용하는데 그치지만, ‘블루 이코노미’ 개념을 적용하면 커피 찌꺼기로 버섯을 재배하여 가치를 창출하고, 버섯을 재배한 후의 찌꺼기는 아미노산이 풍부한데 닭의 사료로 사용해 또 다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즉 전혀 버려지는 자원 없이 지속 가능한 순환경제 모델이 성립되는 것이죠.
벨기에 출신인 Natan Jacquemin은 리스본에서 경제학을 공부할 때 ‘블루 이코노미’ 모델에 매료되었는데요. 환경보호를 위해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실현시켜보기 위해 커피 찌꺼기를 이용해 버섯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그는 최소의 자원으로 신선식품을 일년 내내 생산할 수 있는 도시농장에 매력을 느껴, 2018년 포르투갈 수도인 리스본에 스타트업 NAM을 설립했습니다.
주변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수거한 커피 찌꺼기와 버섯 균사체를 섞어 봉지에 넣고 차갑고 습한 창고에 걸어두어 버섯을 배양합니다. 3-4주가 지나면 상품 가치가 있는 버섯으로 자라게 되죠.
버섯을 재배하기 위해 톱밥 대신 커피 찌꺼기를 사용한 것인데요. 톱밥을 사용할 경우 톱밥을 미리 살균 소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비해, 커피 찌꺼기는 커피 추출 과정에서 이미 뜨거운 물을 사용하여 살균과정을 마친 셈이라고 합니다. 다만 커피 찌꺼기에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24시간 내에 사용해야 합니다.
버섯을 키우고 난 후 남은 커피 찌꺼기는 현지 농민에게 유기농 비료로 사용하도록 제공함으로써 ‘블루 이코노미’의 순환경제를 실현시키고 있습니다.
주변 카페에서 한 달에 약 500Kg의 커피 찌꺼기를 모아 약 100Kg의 버섯을 생산해 주변 레스토랑에 판매하던 그는 최근에 포르투갈 최대 커피 생산 업체인 Delta Café와 파트너십을 맺어 버섯 생산량을 더욱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블루 이코노미’에 일찍이 영감을 받아 커피 찌꺼기 버섯 재배를 10여년 전에 시작해 자리잡은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2009년 미국에 설립된 Back To The Roots의 두 공동 창업자는 대학 졸업 후 좋은 일자리 제안을 포기하고 커피 찌꺼기로 버섯을 재배하기 위해 풀타임 도시농부가 되기로 작정하고 스타트업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버섯뿐 아니라 다양한 식물 재배 키트를 개발하여 가정용으로 판매하는데 친환경 인증을 받아 학교 등에 교육용으로도 공급하고 있습니다.
2009년 영국에 설립된 사회적 기업 GroCycle은 2011년부터 75,000Kg 이상의 커피 찌꺼기를 활용하여 20톤 이상의 버섯을 재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GroCycle은 다양한 버섯 재배 방법을 연구하고 교육하는데 집중하여 50개국의 1,0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재배방법을 교육시켰습니다.
버섯 외에도 국내외에서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의식 있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이 나날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순환경제의 비즈니스 모델은 더욱 다양하게 개발되어야 할 중요한 영역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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