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동물을 돌보는 직업
긴 장마와 무더위, 그리고 다시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로 힘겨운 나날들 보내고 계실 것 같아 이번에는 독특한 동물을 돌보는 재미있는 직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 타조 베이비시터
날지 못하는 새 타조는 세상에서 가장 큰 새입니다. 날지 못하지만 2.7m 키에 150kg의 체중을 가진 타조는 시속 70km의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고, 다리는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보통 새들이 3-4개의 발톱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타조는 발가락이 두 개로 말 발굽처럼 강하고 10cm의 길고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 사람이나 사자와 같은 포식자를 죽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위협적 성향은 어린 타조의 행동에서도 나타나는데요. 서로 다투다가 상대를 죽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타조 베이비시터라는 직업이 생겼습니다. 주로 먹이주기, 포식자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서로 공격하지 않도록 막는 일을 합니다.
타조 강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어린이들이 베이비시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에서는 풀타임 또는 파트타임으로 타조 베이비시터를 구합니다. 타조를 왜 사육하느냐구요? 타조 가죽, 고기, 깃털, 오일 등 타조의 쓰임새가 많아 부가가치가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 판다 유모
2014년 중국 쓰촨성 판다보호연구센터에서 판다 유모를 채용한다는 공고에 10만 명 이상의 신청자가 몰렸습니다. 판다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글로벌 인식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의 하나로 이벤트성 판다 관리자 채용 공고를 낸 것인데요.
22세 이상 연령, 판다에 대한 기본 지식, 글쓰기와 사진찍기 능력을 갖춘 사람을 찾으며, 계약조건은 1년 동안 32,500달러(약 3,800만원)의 급여, SUV차량, 식사 및 숙소를 제공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이 주로 하는 일은 아기 판다에게 먹이를 주고,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여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멸종위기에 처했던 판다에 대해 2016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은 ‘멸종 위기’에서 ‘취약’ 단계의 동물로 한 단계 내려 분류했습니다. IUCN은 전 세계에 멸종위기에 처한 8만개 이상의 동식물을 단계별로 평가하는데, 심각 위기(CR), 멸종 위기(EN), 취약(VU), 위기 근접(NT), 관심 필요(LC) 등 5단계로 분류합니다.
판다가 멸종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건 개체수 증가 때문으로, 판다(성체 기준)가 1980년대 1천 마리도 안되었지만 2014년에는 1,864마리로 증가했습니다. 개체 수 증가는 야생 판다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 때문일 텐데요, 판다 유모 채용도 이런 노력 중 하나였던 것이죠.
| 백조 관리자
영국 템즈강을 유유히 헤엄치는 아름다운 백조를 보신 적이 있나요? 템즈강 백조는 모두 여왕의 것이라는 소문이 있지만, 윈저성 주변을 흐르는 템즈강에 있는 백조만 영국 여왕의 소유라는 것이 팩트입니다.
12세기까지 백조는 닭이나 오리처럼 요리의 대상이었는데 무분별한 포획으로 백조들이 급감하자 약 800년 전부터 왕실이 백조의 소유권을 독점해왔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왕실 백조의 개체수를 세고 보호하는 직업이 생겼는데요.
이 직업은 수 백년 동안 Master, Keeper라는 명칭으로 불렸다가 1993년부터 Swan Warden(백조 지킴이)과 Swan Marker(백조 마커) 둘로 나뉘었습니다. 전자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백조의 건강을 관리한다면, 후자는 생태와 지리 등 야생동물보호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무엇보다 이 두 직책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백조의 연간 개체수를 조사하는 것입니다.
백조 관리자는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을 정도로 상당히 영예로운 직업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