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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쉐아르 May 19. 2017

<문재인의 운명>

노무현에 가리어졌던 문재인의 진면목을 보다  

문재인의 운명을 읽었다. 이 책은 2011년 6월에 쓰였다.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후 2년이 지나 서다. 책 제목인 '운명'은 노무현의 유서 중 '운명이다'라는 말에서 오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더불어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과 그와 함께 보낸 시간들, 그리고 원하지 않던 정치의 경험 이 모든 것이 운명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운동 중 부산에서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 했던 일은 유명하다. 자신보다 6살이 어린 문재인을 향해, 그의 친구임이 자랑스럽다는 고백이 노무현답기도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는 문재인도 대단한 사람임은 분명하다. 


이 책은 노무현과의 이야기가 반, 문재인 자신의 이야기가 반 정도를 차지한다. 75년 경희대 법대 재학 중 민주화 운동으로 구속 및 재적. 강제 입대 및 특전사 복무. 제대 후 사시 공부와 복학. 80년 5월 17일 비상계엄령으로 2차 구속 후 구치장에서 사시 2차 합격통지. 그리고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연수원 1 등임에도 시위 경력 때문에 판사 임용이 안되어 변호사가 되기로 했는데, 그를 채용한 사람이 노무현이었다. 운명이다. 이후 인권 변호사로 일하다 자연스레 재야 세력과 연계되고, 노무현의 정치 입문은 문재인까지 정치에 발을 들여놓게 만들었다. 노무현이 임기를 마치고 평범하게 살았다면 문재인도 변호사로 살았을 텐데, 노무현의 죽음이 이조차 바꾸게 만들었다. 


예전에는 문재인이 '노무현의 친구' 프리미엄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또 요즘 대통령이 된 후 그의 행적을 보며 문재인은 오히려 노무현의 그늘에 가려 과소평가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문재인의 삶은 부산 지역 민주화 운동의 역사와 함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의 상당 부분을 참여정부의 복기에 할애했다. 의욕을 가지고 개혁을 시작했지만 여러 어려움 속에 실패했던 일들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 있다. 특히 이회창 후보의 집권플랜을 본 소감은 의미 있다. 비록 당선되진 않았지만, 이회창 후보는 선거운동, 당선 감사, 이후 정책에 대한 소상한 준비를 했었는데, 참여정부의 경우 그런 계획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성이 '몹시 준비된 대통령'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


놀라운 건 부인 김정숙 여사다. 문재인을 만나고 7년 후에 결혼했다고 하는데, 이 동안 문재인은 1차 구속, 재적, 군대, 무직, 고시공부, 2차 구속을 겪었다. 두 번째 구속은 처가 식구 보는 앞에서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떠나지 않고 옆에 있어줬다. 대단한 사람이다. 또 그런 상황이라면 야단을 쳐서라도 다른 곳에 시집보낼 텐데, 그러지 않았던 장인/장모도 보통은 넘는다. (딸의 고집이 그만큼 쌧을지도 ^^)


문재인이 노무현을 넘어서길 바랬다. 노통이 보여주지 못했던 포용력을 문재인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또 요즘의 행보를 보며 확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했던 일들을 이룰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를 넘어설 것이라는 것을. 


하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자랑하고 다닐 것 같다. 저 사람이 내 친구 문재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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