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시리도록
햇살 근처를 지날 때마다
잿빛 구름이 기도해
눈동자는 혼자서 울음을 터뜨리지만
들판에선 어둠에게
마지막 파장이 묽게 빛날 거라고
도시 너머에 사는 그림자가
뛰어가며 말하는 거야
우린 공허한 존재
혹은
한때 빛을 나누던 사랑
둘 중의 하나쯤 아니겠어
어둠 속에서 피어나도
못내 떠오르다 잊히고 마는
그런 꽃 같은 추억들은
모두 잊히는 게 낫겠어
생과 사, 두 단어로는 불충분한
내세의 다짐들
그리움의 눈빛,
골목 끝으로 저문 슬픈 환영,
잿빛 웃음, 그 무엇이든지 우릴 기다릴 테니까
아릿한 통증들에겐
실수 때문이라고 그러니 영원한 무덤 속에서
싸늘하게 굳어가야 한다고
안부를 전해줘
나는 차갑고
미동도 없는 그늘 속에서
폐허 속에 잠든 넋을 위해
걸어갈 테니까
붉은 구름이 지나가면
하늘에서 너는
문득 내려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