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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03. 2020

글이 잘 써지는 공간의 비밀

나만의 공간 리뷰

책상 앞에 오래도록 앉아 있어도 글이 좀체 전개가 되지 않는 편이거나, 집중하고 싶어도 자꾸 딴생각(빵?)만 난다거나, 누군가 자꾸만 보고 싶어 진다거나, 아무튼 글 쓰는데 곤란을 겪고 있다면 환경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그러니까 시끄러운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채 글을 쓰고 있지는 않는지. 설마 유튜브 틀어놓고 양쪽으로 시선을 교차하며 멍하게 글을 쓰는 건 아닌지 점검해보자.


당신은 글을 쓰기 위해 어떤 공간에서 시간을 소비하는 편인가? 설마 걸어가면서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고 있지는 않을 거라 믿는다. 아무리 당신이 신인류라고 해도 스마트폰으로 글 쓰는 일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나는 글이 잘 써지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늘 구상하는 편이라, 제약 사항이 많은 스마트폰은 글을 쓰는 도구에서 제외하자고 제안하는 편이다. 


나만의 작은 서재


물론 환경이 개선된다고 해서 좋지 않던(좋지 않다는 것에 기준이 없지만) 글이 나아지는 건 아닐 것이다. 다만, 나는 리추얼(나를 지키는 어떤 신성한 방법 또는 의식)을 찾기 위해, 또한 집중이 잘 되는 환경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실험하고 검증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거의 모든 공간에서 글 쓰는 일을 실험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내가 주로 글을 써온 환경을 살펴보자면.


1. 각종 소설책들이 빼곡히 꽂힌 작은 책장과, 180짜리 기다란 책상이 놓인 나만의 서재

2. 거실의 작은 책상과 창밖의 소박한 가을 풍경

3. 사람들이 가득한 지하철이나 버스 안

4. 가을바람이 잠든 집 앞 작은 공원 벤치 

5. 디지털 도구들이 넘쳐나는 사무실의 삭막한 책상

6. 백색소음이 가득한 스타벅스 명일점 2층 창가, 오른쪽 제일 끝자리

7. 바다가 보이는 펜션 테라스 테이블

8. 춘천으로 향하는 기차 객실 안

9. 엎드려 누운 침대 위

10. 숨소리마저 부담스러운 도서관 책상

11. 교보문고 강남점 지하 1층, 폴바셋 카페, 폭 30센티미터 책상


일단 생각나는 공간들을 정리해봤다. 순서가 선호도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집중이 잘 되는 공간을 나열해보니 집과 카페가 떠올랐다. 집은 워낙 편안한 공간이니까, 아무런 방해도 없이 오직 글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비교적 글이 잘 써지는 편이다. 하지만 집도 가끔은 지겨워진다. 너무 익숙해지니까 싫증이란 녀석이 자꾸만 대꾸하는 것이다. 색다른 곳을 찾아보라고. 낯선 곳을 찾는 수고스러움을 발휘해보라고.


호기심 때문에 카페를 찾았다. 카페는 긴장도, 이완의 감정도 아닌, 단순하게 "그동안 잘 지냈어?"라고 묻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나는 그 물음에 고요한 침묵으로 답을 내리면 그만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답을 찾으려고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의 샛길에서 방황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한 편의 원고가 완성되어있었다. 그리고 얼마큼 많은 거리를 흘러 보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다음에 또 봐"라는 말을 남기고 그 공간을 떠나곤 했다.


카페는 고요를 연출하는 곳이다. 다만, 옅은 백색소음이 바닥에서부터 천정까지 흐른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카페에서 글 쓰는 일을 상상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이 좀 이상하게 보였다고 할까, 카페란 곳은 인공적인 소음들이 가득한 곳이니까. 어디선가 사람들이 밀물처럼 밀려오고 다시 썰물처럼 떠나가는 발자국 소리, 그들의 부산스러운 잡담, 머그컵과 책상이 둔탁하게 충돌하는 소리, 메뉴를 뒤지는 높고 낮은 음성, 온갖 물건들이 사부작 거리는 소리들로 가득 찬 곳에서 글을 쓰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퇴사 후, 어쩌다 보니 카페에서 글을 쓰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프리랜서 신분이 환경을 탓할 수 있나.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다, 누군가 호출하면 어디서든 바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으니까. 그게 바로 카페였던 거다. 


스타벅스 명일점 2층 오른쪽 창가 끝

교보문고 강남점, 폴바셋에 가면 지하 1층 콘센트가 비치된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맥북 전원이 들어오면 스크리브너를 합성 모드로 실행한다. 오직 화면과 글자만이 내 시야에 가득하다. 소음도, 사람도, 그 어떠한 장면도 내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 스타벅스 명일점도 마찬가지다. 가끔이지만, 7시에 개점하자마자, 2층 창가, 오른쪽 제일 끝 자리를 차지한다. 창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걸 구경하다가도, 금방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온다. 그렇게 몇 시간을 꼼짝도 하지 않고 글만 쓴다.


요즘 거실을 스타벅스 2층과 같은 분위기로 바꿔봤다. 베란다 창문 앞에 폭 30센티미터 책상을 들였다. 의자도 비교적 작은 것으로. 그리고 나는 지금 스타벅스 2층 한쪽 구석에 앉아있다는 공상을 하며 글을 쓴다. 창밖엔 가을바람이 부산하고 사람들은 가끔 붉게 지나다닌다. 


거실 베란다 앞 작은 책상


글이 잘 써지는 공간엔 고요함과 부산스러움이 적당하게 공존한다. 정듦과 낯섦이 함께 한다면 글이 조금이라도 더 잘 써질 지도. 나는 당신의 공간이 궁금하다. 글이 잘 써지는 어떤 훌륭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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