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밝아서
미완성뿐이어서
해맑게 울고 싶어지는 날엔
첫 글자를 쓰다, 깊은
체념 의식에 빠지건 어때요?
바람에 실려온
후회에 물든 편지들에게서도
미소는 무작위로 걸러지겠죠?
피부에서 상처들을 도려내요
우리는 더 멀어지겠지만요
기쁨도 슬픔도 모두 외로워서 가라앉는 밤
차라리 외딴섬에서
우리 무겁게 살아보는 건 어떤 가요?
바다에서 싹이 틀 수 없어도
창밖으로 도도한 인사를 흘려보내면 될 테니
멀쩡하게 다려진 계절의 침묵들에게
한 올 한 올 낡은 신음을 내는 아득한 어둠들에게
세모난 책상과 갈 길을 잃은 전보(電報)들에게
우리는 인사도 못하고
증발하고 말겠지요?
괴물이 되는 것보단, 언젠가
남은 생의 숫자나 세는 사람으로 살아가요
삶을 깨끗하게 세탁이나 해요
그러면
개별자의 슬픔도 질 테니
어제처럼 굶주린 존재로 살아가면 그만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