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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Mar 30. 2016

저 문을 나서면 어떤 세상이 있을지

권순관의 A Door

작은 문(A Door)이 서 있다. 문 앞에서 잠시 나는 내면 속을 서성이고 있었다. 문고리를 잡은 한 손에 떨림이 전해졌다. 머뭇거리는 손길을 타고 미지근한 심장으로 흘러내리는 나의 주저함에 몸서리를 쳤다. 굳은 감정을 녹이기 위한 결심에는 과거 속의 낙망, 미래를 양한 희망이 교차했다. 지금 작은 문을 열어젖히고 어딘지 모를 바깥세상으로 몸을 던져버리고 싶다. '좁았던 과거 속의 시야를 넓힐 수 있을까?' 문 안쪽의 갇힌 세상, 열린 문이 향하는 바깥세상, 내가 갈 곳은 대체 어디일까? 나의 선택을 뒤로 묶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미지의 세상을 향해 한 발짝 크게 내디뎠다.



나를 떠나서... 나의 틀을 깨는 여정을 떠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안으로 갇힌 문의 빗장을 푸는 것이었다. 갇혀있던 방, 내가 만든 울타리 안에서 바깥세상으로 나가기 위하여, 요란한 겉치레보다 조용한 내면의 채비에 막중한 책임을 전달했다. 의지를 안으로 가둬두려는 독립적인 성격 탓일까? 유달리 난 외부의 세상으로 손을 뻗는 것조차 거부하려 했다.


 

출처 : http://blog.naver.com/with_judy/130166246761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그렇게 그리웠나 보다. 자상한 두 손에 내 마음이 녹아내리길 바랬다. 옆에 같이 있어줄, 문을 열기 위해 나에게 잠시 곁을 허락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흘러내리던... 머뭇거리던 내 심장이 갈 곳은 어디일까?



<노리플라이>의 멤버였던 권순관의 첫 정규앨범에 소개된 'A Door'는 인생에 있어서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사람의 내면을 따스하게 위로하는 노래다. 선택의 자유는 나에게 주어진 가치, 주변의 탓과 자신이 놓은 상황의 변수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약한 영혼, 결심이 필요한 문 앞에서 주저하는 영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잔잔한 노래다. 지난주 '꽃보다 청춘' 마지막회, 여행을 마친 후 과거를 소회 하는 청춘들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원래부터 좋아한 곡이었지만, 장면과 함께 가사가 전달하는 의미를 깊이 음미해보고 싶었다.





권순관 - A Door


아름다운 날들
그 빛나던 오후
너의 목소리
닫혀가는 문 저편으로


내 인생이 가장 찬란히 빛나던 한 때는 언제였을까? 지나온 날들이 아닌, 그날은 바로 지금 이 순간, 나지막한 휴식이 필요한 오후 무렵이었다. 안으로 닫혀 있는 또 다른 상실된... 가슴이 결여된 나를 기억하기에, 낙담 속에 미래를 상실했던 자아를 솎아내기에 적당한 시간은 나른하게 모든 걸 망각시켜버릴 듯한 허전한 오후였다. 내가 문을 나서도록 나의 내면이 자유를 허용했던가? 아니면 내가 문을 열도록 답답했던 네(내면)가 이끌었나? 너란 존재, 희망은 때로 나로부터 멀어져 갔다. 그날은 너무도 찬란했던 빛으로 가득한 순간이 어둠 속으로 저물듯한 시간이었다. 나를 가둬버린 답답한 폐쇄된 존재, 언제나 희망 앞에 허물어졌던 나의 자아를 깨워야 했다.





익숙한 온도
서로를 전하던
움켜쥔 손을
놓아주어야 할 시간이 왔구나
여기에서


설렘... 그것은 나를 대표하는 상징은 아니었다. 설렘의 감정으로 낯선 것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 난 오래도록 귀에 익은 것들, 눈에 선명한 것들만 찾았다. 내 공간에 이미 가득 찬 너의 온기를 빼어내는 것은 나의 숨이 멎는 결말, 나의 존재의 멸망을 의미했다. 나는 네가 잡은 손을 뿌리쳐야 했다. 나를 옭아매는 모든 제약, 강제하는 억압에서 벗어나야 했다. 난 자유를 향해 끝없이 길을 나서야 했다. 나를 부여잡기 버거운 세상, 혼돈 속의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삶은 부질없는 것... 내가 나갈 곳은 네가 없는, 삶의 의미가 없는 세상일 것이라 생각했다. 홀로서기를 통하여 나의 정체성을 인식해야 했다. 세상을 향한 나의 두려움에 용기가 필요했다.



잊지 마, 숨겨놓은 그 마음속의 보석을
누구에게 다 빛이 될 그 마음을
언제라도 어디라도 그 사랑을
간직하길 바래


난 믿는다. 나에게 숨겨진 사람을 향해 불같이 활활 타올랐던 청춘의 열정을, 보석같이 영롱하며 순수했던 나의 고운 영혼을... 그 자유로운 영혼이 갇혀있는 나 - 안으로 갇혀 있는 - 로인해 빛바래지 않았으면 했다. 어디서나 밝고 자유로운 영혼이라면 떨림의 순간을 잊지 않을 터, 그 심장의 온기와 함께 나를 던질 수 있는 사랑이라면, 묵직한 희망을 나에게 끌어당길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결정을 하든, 어디를 가든 나의 열정과 사랑으로 삶을 뜨겁게 데울 수 있었다.





고마울 뿐이야
평범할 수 없는
내게 기대어
눈을 감고 날 바라봐줘서
참 고마워


고맙고, 고마워... 나에게 전할 수 있는 말은 바로 이 말이다. 나의 내면과 맞서 싸워야 할, 자유의 의지가 서로 함께할 수 있는 교감을 나눴다. 갇혀있던 나를 평범함의 세상 밖으로 구원할 수 있었다. 인생은 굴곡 있고 변화무쌍한 불확실한 삶의 연속이었다. 스스로에게 그 어떤 확신조차 주지 못할 정도로 나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몰랐으니깐. 나를 위로하던 너의 따스함, 너를 인정했을 때, 네가 언제나 내 옆에서 어깨를 내어주고 있다는 걸 알았다.



저 문을 나서면 어떤 세상이 있을지
눈물이 많은 네가 걱정되지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디디면 돼
날 알기 전처럼
그러면 돼


기억에 아파할 필요도 없었다. 문을 나서면 누구를 만나게 될지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나약한 존재가 갈 수 있는 세상, 내가 전진할 수 있는 세상을 향해 무던히 걸어가면 된다.  그 어떤 세상에서도 나는 혼자가 아니다. 마음이 약한 내가 무너질까 스스로 근심하지만, 나를 제대로 알기 전에 겁 없이 당당했던 것처럼, 담담히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내가 용감할 수 있었던 것은 두려움이라는 단어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날 알기 전처럼... 그것은 두려움을 몰랐던 겂없이 당당한 나였다.





안녕 우리, 안녕 이젠
아주 머나먼 길에 서서
너를 위해 기도할게


과거의 소심한 나와 이별을 고했다. 소심하고 삶의 의미조차 알지 못했던 어린 나를 뒤로 한다. 그리고 머나먼 길, 나의 인생의 여정 속에서 단단한 나를 위한 다짐을 반복한다. 두려움, 열등감, 상처 따위는 머나먼 과거 속으로 던져버린다. 그리고 나를 위해 기도한다. 앞으로 전진하도록...


나란한 걸음
지나쳐 간 풍경
마음을 담아
날 부르는 그 목소리를
잊지 않을게


내가 걸어갈 인생의 길을 앞두고, 지나쳤던 모든 과거의 기억들과 만났던 사람들은 나의 미래를 만들어갈 자양분이자 삶의 거울이었다. 내면이 나를 향해 일관된 목소리로 외쳤던 말들을 깊이 새겨본다. 내면의 목소리를 향해 주의를 기울인다. 의심 없이 지나쳤던 과거의 한 순간, 정지된 시간이 나를 소리 없이 다졌고, 깊은 내면과의 대화를 통해서 동경했던 미래의 모습을 찾고 있다. 한 발짝 앞으로 도약하려면, 문이 보호해주는 공간의 틀 속에서 인내하는 시간도 의미가 있다. 그리고 결정의 순간이 불시에 찾아왔을 때, 도사리던 기회가 찾아왔을 때, 문을 박차고 나가는 용기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그 순간은 나를 버리고 또 다른 나를 찾는 인생의 잦은 순환 속에서 발견될 것이다.



저 문을 나서면 어떤 세상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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