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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un 23. 2016

IF - Bread

낯익은 팝송 하나가 우연히 몸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한가로운 오후, 높은 햇살과 함께 영롱한 빛의 여운이 창가에 기울었다. 창가 옆에 평범한 자리 하나를 차지한 오후, 시간의 흐름은 평탄하고 그 아래에 놓인 나의 인생은 지고지순하다. 각도를 조금만 틀어 세상을 비춰보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인식의 전환에 따라서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유순(柔順)한 세월을 지니고 있는지, 억지로 알려고 하지 않아도 그 찬연함을 온몸의 기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나른한 오후의 점심시간, 귀에 오래도록 닳고 달았던, 낯익은 팝송 하나가 우연히 몸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귀에 반갑게 자리 잡은 멜로디는 삭막함에 굴복하여 주저앉아버린 나의 상념을 어지럽혔다. 아니 어지럽힌 것이 아니라, 이미 엎질러져 정신없이 이곳저곳에 번져버린 채, 흐트러져버린 구깃한 나의 일상에 공손하게 찾아왔다. 참으로 단순한 인간이다. 오묘하고도 복잡한 인간이 포근한 멜로디 하나에 몸과 마음을 온전히 바쳐버렸다. 



주위의 번잡함을 한 번에 물리칠 정도로, 음악의 힘은 미미한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무한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의 규모는 지극히 넓고 장엄한 것이어서, 인간의 깊이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고, 그것이 지닌 필연적인 속성에 귀의한 채, 앞으로 저어 가는 대로 그저 따르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나는 이 오래된 팝송을 들을 때마다, 어떤 시원한 풍광을 가슴속에 펼쳐놓는다. 토요일 오후의 한가롭고 단란했던 한 가족의 그림을 떠올린다. 도시에서 멀리 벗어난 인적 없는 산골의 작은 도로와 따가운 오후의 햇살을 가려주는 이름 모를 높고 낮은 나무들의 질서 정연함을 기억한다. 내 가슴속에 오래도록 보관되어 있었던 그날의 오후는 시간에 사로잡혀있던 나의 현실을 잊게 해 준, 은혜로운 공간이자 빠져들어 헤어 나오고 싶지 않은 긍정적인 늪이었다. 





그때, 달리던 자동차에서 흘러나오던 팝송이 바로 'IF'였다. 셀 수 없이 쏟아지던 초록색의 물결이 멋들어지게 펼쳐진 그 풍경을 더욱 청록의 세상으로 찬란하게 빛나게 해주었던, 잔잔한 물결처럼 자연계와 인간계가 서로의 장벽을 허물고 하나로 화합하게 만들었던 그런 자연의 음악이었다. 창밖의 나무들은 서로의 어깨를 차분하게 들썩거리며, 바람이 살랑살랑 속삭이는 귓말을 옆 짝에게 이어주었다. 나무들은 초록을 벗 삼아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겸허히 서로를 섬기는 낮은 자세로, 자신에게 안기는 생명에게 아득한 그림자를 고요히 드리웠다. 그곳에서 완전히 시간은 멎었고, 바람, 나무, 공기, 하늘,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완벽하게 박자를 맞췄다. 



내가 어떤 인간의 말로, 어떤 추상적인 묘사로 그 상황을 정확하게 다시 그려낼 수 있을까? 지난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마는 절멸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가장 빛났고, 가장 높았으며 가장 처연했던, 그때의 멈춰버린 시간을 감히 다시 복원해낼 수 있을까? 그때의 온기와 그때의 사랑은 이미 저 멀리 달아나버린 과거의 증명인 것을...... 



시간을 달래며, 보존된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어렴풋이 윤곽으로만 남아있는 그때의 풍경은 가슴 한구석에 흔적만 남아있다. 그 미세한 기억을 다시 찾게 해 준 음악에 감사한다. 따뜻하고 감미로운 음악은 과거의 시절을 회상할 수 있도록 기억의 재생을 도왔다. 스스로의 기억 회복력에 놀랐다. 나는 순간 현재의 자분거리던 일상을 망각하고, 그때 내가 가장 빛나다고 생각했던, 청춘의 시절로 이동할 수 있었다. 



만약을 떠올린다. 과거의 도로를 달리던 내가 'IF'를 듣지 않았다면, 우연히 오래된 멜로디를 다시 접하지 않았다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서로 연결될 수 있었을까? 과거의 내가 청아한 시절 속에서, 만개한 꽃을 피우고 있었음을 자각할 수 있었을까? 음악으로 나는 과거의 잃어버린 존재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싱그러웠던 존재와 마주 앉아 추억을 나눌 수 있었던 짧은 순간, 나의 존재를 다시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었다. 음악은 역시 나의 삶을 풍성하게 가꾼 풋풋하고도 맛있는 재료였다. 그 맛깔스런운 음식에 오늘 다시 취하고 싶다.



아래 바로 그 음악을 공유한다.



IF - Bread



If a picture paints a thousand words, 
만약 한 장의 그림으로 수천 개의 말을 할 수 있다면,

then why can`t I paint you? 
왜 내가 그대 모습을 그리지 못하겠어요?

The words will never show the you I`ve come to know. 
제가 알게 된 당신을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거예요. 

if a face could launch a thousand ships, 
만약 한 사람의 얼굴이 수 천 척의 배를 띄울 수 있다면,

then where am I to go?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There`s no on-e home but you, 
집과 같은 포근함을 주는 이는 당신밖에 없어요.

You`re all that`s left me too. 
당신이 없으면 난 모든 걸 잃어버린 것 같아요

And when my love for life is running dry, 
그리고 삶에 대한 나의 사랑이 시들어갈 때,

you come and pour yourself on me. 
그대 내게 다가와 나에게 사랑을 쏟아주어요 

If a man could be two places at on-e time, 
사람이 한 번에 두 곳에 있을 수 있다면,

I`d be with you. 
난 당신과 함께 하겠어요.

Tomorrow and today, beside you all the way. 
내일도 오늘도 당신 곁에 언제나.

If the world should stop revolving spinning slowly down to die, 
만약 지구가 회전을 멈추고 서서히 소멸해 갈지라도

I`d spend the end with you. 
저는 마지막을 당신과 보내겠어요.

And when the world was through, 
그리고 세상이 끝나고,

Then on-e by on-e the stars would all go out, 
하나씩 하나씩 별들도 사라져 가겠지요,

and you and I would simply fly away
그러면 당신과 나는 저 먼 곳으로 날아가 버릴 겁니다

가사 출처 : 다음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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