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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un 27. 2016

토이 - Reset (With 이적)

널 위해 노래할게 처음 그날처럼

오늘도 어스름한 달빛 속에 숨은, 식어버린 공기를 마주하며 새벽을 연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나에게 다가오는 새벽길의 풍경은 언제나 무거웁고 거칠기만 하다. 세상의 모든 책임을 떠안아버린 내 어깨, 새벽 공기 앞에 허물어지는 나의 다리를 겨우 달래 보지만, 늘어진 길가 모퉁이 어딘가에 툭 떨어져 굴러가는, 내 몸속에서 떨어져 나온 과거의 편린들이 눈에 선하다. 세상의 모든 소리는 침묵의 흐름을 깨뜨리지 않는다. 침묵과 함께 동행하는 생경스러운 출근길, 희미한 빛의 마지막 몸부림마저 사라진 길을 더듬으며 가야 할 길을 서두른다.



내가 꿈꿨던 세상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세상은 늘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은 지극정성으로 나를 기다렸다. 나는 변해갔고 어딘지도 모를, 내가 선택한 길이 아닌 길에서 내일을 기다렸다. 수없이 많은 내일을 기다리며 나는 나만의 색을 잃어가고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걸 잃어버렸을 때, 내가 가졌던 색이 바래 사라질 때, 본연의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 밝음인지 어두움인지 그 기억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숨 가쁘게 나는 지금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오늘의 새벽 역시, 아무 인기척도 없는 사무실에 제일 먼저 도착했다. 혼자서 경보 시스템을 해제하고, 불을 켜고, 에어컨을 켜고 그렇게 책상 앞에 무표정하게 앉아 하루를 준비한다. 하루를 정신없이 시작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것일까? 나는 왜 이렇게 부지런을 타고 태어났을까? 부지런하지 않으면 이 몹쓸 나날에 가시라도 돋치는 걸까? 나에게서 여유란 것은 상관없는 단어인 걸까?



온기를 잠재운 시원한 바람이 가슴으로 스며든다. 어떤 음악을 들을 것인가 고민을 이리 튕기고 저리 튕긴다. 고심 끝에 내 귀를 확 휘감어버린 곡은 <토이>의 'Reset'이다. 경쾌한 피아노 소리는 귓가의 온도를 살짝 데우고 어디론가의 여정을 재촉한다. 뒤를 이어 울려 퍼지는 은은한 실버벨 같은 종소리에 맞춰 심장의 박동을 리듬과 함께 서서히 끌어올리며 일치시킨다. 드럼은 앞으로 나설 듯 살짝 얼굴을 내밀었다가 다시 수줍은 듯, 뒤로 물러선다. 낮은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뒤따를 나머지 행렬의 미래의 행보를 예비한다.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희망찬 앞날을 기대하도록... 경쾌한 발걸음을 이어나가도록... 드럼은 자신의 비트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떠나야 한다는 나의 맹렬한 욕구를 향하여 열렬한 응원을 건넨다.





가슴은 부풀고, 심장은 서서히 뜨거워진다. 소름이 돋는다. 일상에 지쳐있던 내게 손을 내밀어 끌어당기고, 뒤에선 어깨를 슬쩍 밀어준다. 과거는 상관없는 것, 지금까지 잘못해왔던 것, 잘못된 단추 따위는 창밖으로 휙 던져버린다. 무너질 듯, 쓰러져가던 용기를 다시 꺼낸다. 



'Reset'의 최고점은 바로 도입부다. 시작할 때, 새로운 길을 나서야 할 때, 우리는 항상 두렵다. 낯선 문을 열고 첫발을 디디는 출발점에서 우린 주저한다. 시작이 잘못된다면 나중에 모든 것을 회복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우리를 엄습한다. 그 두려운 감정을 유희열은 정확히 알고 있다. 시작을 하는 모든 이에게 잦아있던 용기를 다시 자극하는 강렬한 도입부를 선물했다. 유희열과 이적은 우리와 함께 달린다. 눈을 감으면 희미한 그들의 그림자를 느낄 수 있다. 



그 어떤 것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신선한 용기를 얻는다. 잘못된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지금 내가 서있는 길이 분명 옳지 않을 수도 있다. 인생이란 바다에 놓인 나의 선택은 항상 외롭게 내가 주체가 되어서 하는 것이다. 남들과 똑같이 살면서 공짜로 얻어진 오늘의 하루는 특별했나? 나는 오늘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 나를 초월하고 극복했는가? 극복을 위해서는 강한 다짐을 할 수 있는 선명한 출발이 필요하다. 토이의 'Reset'은 용기를 잃어가며 희망을 잃어버린, 이 땅의 뜨거운 청춘과 아직도 설렘을 잃지 않은, 가슴에 뜨거운 불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어준다.





당신은 누구에게 등불 같은 존재가 되어 본 적이 있나?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남들이 무사히 걸어갈 안전한 길을 위해 나를 헌신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내 가슴의 빛을 내밀어 환하게 그들을 비추어 준 적이 있나? 내 몸을 빛나게 하는 것은 남들에게 등불과 같은 존재가 되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지금 걸어가는 이 길이 험난하고 내 몸에 상처 투성이 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세상은 변해도 나는 한결같을 수 있다면, 나는 언제나 희망을 노래할 수 있고, 세상을 초월한 내일의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다.



토이의 'Reset'은 쓰러진 나와 같이, 때로 희망을 잃은 영혼들에게 등불과 같은 희망을 노래한다. 모두가 나의 길을 비웃고, 나의 선택이 틀리다고 비난을 던질 때, 넌지시 다가와 어깨를 포근히 감싸곤 그리고 함께 달려간다. 발걸음을 잃지 않도록 발을 맞추고 박자를 보조하며 그렇게 힘껏 내달린다. 그리고 오직 나만을 위해 세상에 외친다. 





"언제든 준비가 될 때 말해"
"나는 언제나 네 옆에 있을 거야. "
"네가 쓰러져도 환하게 너를 비추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늘 옆에 있어주겠어"



누군가에게 등불 같은 존재가 됩시다.!






Reset : 토이(with 이적)


조금씩 나를 잃어 가고 있어
여기가 난 어딘지 모르겠어
자 떠나야 해 길을 나서야 해
어딜 향해 가는지 몰라도

어디서부터 난 잘못됐을까
모든 건 내 맘 같을 수 없잖아
다 지워야 해 살아내야만 해
모두 다 제 갈 길로

기다려줘 이 노랠 다 만들 때까지
마지막 코드가 다 끝날 때까지
내 힘껏 기타 다운 스트로크
세상이 다 변한다 해도

내 목소리 몇 번씩 갈라져도
널 위해 노래할게
조금만 더 날 기다려줘

모두 다 날 비웃어도 괜찮아
오늘은 내일 얘긴 그만하자
네가 있어서 기억할 수 있어
모두 다 제자리로

기다려줘 이 노랠 다 만들 때까지
마지막 코드가 다 끝날 때까지
내 힘껏 기타 다운 스트로크
세상이 다 변한다 해도

내 목소리 몇 번씩 갈라져도
널 위해 노래할게
조금만 더 날 기다려줘

무너져도 나 쓰러져도 빛을 잃어도
네가 있다면 네가 있다면

노래할게 모든 것이 다 지워진대도
내 목소리 이젠 들리지 않아도
마지막 기타 다운 스트로크
이 노래가 끝난다 해도
오른손을 높이 쳐드는 거야

널 위해 노래할게 처음 그날처럼
나 여기 서서 널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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