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ul 09. 2021

무너지지 않고 무엇이든 계속하는 비결

자발적으로 쓰는 일기, 18일 차는 생략되고 말았다. 생략한 이유는 다분히 고의적이다. 미필적 고의로 살생부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한 것과 마찬가지다. 왜 안 썼냐고 묻는다면 그게 딱히 이유가 존재하는 건 아니다. 시간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변명에 불과하다. 여력이 없지도 않았다. 단지 그쪽으로 마음이 가지 않았다는 것, 그 문제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 어쩌면 그저 귀찮은 이유, 모든 게 다 귀찮아진 게 더 컸을지도.


무엇이든 실행하고 싶다면 먼저 몸의 부하를 줄여서 안정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 그다음 마음이 알아서 뒤따라갈 테니. 마음이 먼저 쓰는 일에 착상되는 경우는 거의 없더라. 몸이 먼저 나서면 마음은 잠자코 뒤를 따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어제는 몸이 깊게 가라앉아 있었으니 글을 쓰지 못한 이유를 충분히 뒷받침하리라. 그렇다고 오늘 딱히 몸이 가뿐하다는 건 아니다. 근데 왜 쓰냐고 물어보면 그것도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때그때 다르다.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오늘 쓰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단지 쓰고 싶다는 것, 어떤 내적 동기가 유발된 것이 전부다. 하지만 쓰지 않겠다는 말엔 수천, 수만 개의 반대 의견이 존재한다. 다수파의 의견을 무시하고 오늘은 쓰는 일에 종사하고 있으니 이미 반은 성공한 셈이다. 즐겁게 쓰도록 하자. 이왕 쓰고 있으니.


반대파의 의견을 묵살하고 나는 한 가지 써야 할 이유를 골라 신나게 쓰려한다. 그런데 자꾸만 기분이 나빠진다.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써지지 않는다. 자꾸 외딴곳으로 어긋나려 한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내가 쓰고 싶은 게 애초에 무엇이었는지, 그것조차 희미해진다는 사실이다.


쓰지 못한다는 사실에 변명거리가 없는 건 물론 아니다. 일단 마음이 꽤 분주하다. 몸이 먼저라고 하더니, 마음을 따로 논한다. 어쩌라는 얘긴가? 결국 맥락이 문제다. 몸과 마음이 동떨어져 있다는 얘기다. 연결이 되어도 따로 논다는 거다. 몸은 일정한 흐름을 유지해도 -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지만 - 마음은 그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달리는 객차에 올라타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럴 때는 마음의 게으름을 논할 수밖에 없다. 마음 때문에 못 쓰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마음이 의욕만 앞서간다는 것.


마음은 저만치 욕망의 끝, 먼 곳에서 손을 흔든다. 일주일 후, 혹은 이 주일 후를 생각하며 몸의 분발을 촉구한다. 차주에는 브랜딩 포유(전 하이업 에듀) 특강을 앞두고 있고 토요일에는 노션 영상 촬영이 있다. 영상을 촬영하게 된 이유는 한 강의 업체와 노션 강의를 론칭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이와 관련하여 몇 주째 미팅 진행) 그래서 그제 계약서를 받아놓고 현재 최종 검토 단계에 있다. 물론 나는 이 계약서에 서명을 할 것이다. 서명을 하지 않을 이유는 존재하지만 그것은 거의 미미하니 득세하지 못한다. 그러니 서명을 할 것이고 나는 그에 따른 촬영 준비 작업에 임하게 될 것이다. 그 확률은 거의 95% 이상이다.


강의 교안을 노션으로 만들고 그것을 캔바 슬라이드로 제작하련다. 요즘 그 재미에 빠졌다. 어떤 체계를 새롭게 만든다는 건 사람을 참 즐겁게 만든다. 하지만 회사일이 대기열 제일 가장자리에서 기다린다. 회사일은 그 어떤 일보다 최상위에 위치한다. 내 일은 아니지만 내 일처럼 해야 하는 회사일을 생각하며 내 일이든 회사 일이든 내일로 미루지 않기로 한다. 내 일과 내일로 말장난하는 걸 보면 컨디션이 그다지 나쁘진 않나 보다. 더 몰아세워야 할지도.


이런 형편없는 글을 써 놓고 발행하는 내가 부끄럽지만. 이제 뻔뻔함이 부끄러움을 넘어섰다. 제목에 쓴 '무너지지 않고 무엇이든 계속 실행하는 비결'은 낚시 같지만, 새로운 일을 계속 만드는 것이다. 쓰러질 것 같은 마지막 도미노 뒤에 새로운 도미노(일)를 세우는 것이다. 쓰러지면 그 뒤에 또 다른 도미노를 세우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신나는 글쓰기' 5기 모집중(마감 입박)

https://brunch.co.kr/@futurewave/1195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는 시스템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