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베이지색 롱코트 끝에 걸쳐 있던
폐허처럼 생긴 미소가
침묵의 울타리를 묵묵하게 쌓아 올리고 있다
계절은 광속의 틈바구니를 헤쳐가며
무한의 범주 안에 머무를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안식의 바깥을 향해 걷고 또 걸었다
타인이라는 이름,
무수한 생채기를 가슴에 품은 사람들
울타리 바깥, 누군가 칭한 강제성을 따르며
옷걸이에 어깨를 덜컥 붙들린 모양새로 계절은
계속 걷는 것이다
걸으면서도
장면에 없는 법칙, 예외성에 순종할 수 없어
외발에 간혹 의지하겠지만
어색한 필체
닿지 못한 형색으로
필연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사연들이
바람처럼 생활권으로 속속 파고들어도
먼 곳은 간격 없이 짧은 숨을 쉴 테고
저 너머는 저 너머에서 살면서도
울타리 안쪽의 세계를 동경하지 않을까
다만 당신은 지금 외로울 테지만
빛바랜 호우 속에서도
의식을 차츰 잃어가겠지만
그럼에도 걷는다
온기가 반기를 들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