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가
부연 물감에 둘러싸였습니다
예쁜 미소를 감춘 여자가
다가와 구름 같은 미소로
상자 안의 세계를 더듬습니다
왼손으로
다시 오른손으로
바르게 산다는 문장에 대해 묻습니다만
잠시 주저하며 말 끝에
물음표라는 표현만 짧게 남겨두었습니다
상자는 대답을 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파란 손에는
파란 물감이 묻어 나오는 걸까요
그렇다면 흰 손에는 왜
검은 물감이 쥐어져 있죠
세상의 원리란 그렇게
완숙한 달걀노른자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가는 건가요
그래서 그녀가 하얀 동상으로
변해버린 건가요
차가운 꽃이 그래서 나는 밉습니다
내일 눈꽃이 피어오르면
상자 위에서는 지난날이
여자를 떠올리며질문을 하겠죠
그 여자
하얀 미소가 유난히 아름답던 여자
상자 안에서 길을 열심히 찾아헤매다,
길을 영원히 잃어버린 그 여자
상자를 만지작거리던
그 여자는 여전히 여름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