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레젠테이션 전문가?다. 전문가라고 써놓고 보니 손을 부러뜨리고 싶을 정도로 창피하지만, 그래도 일단 낯짝에 썬 그림이라도 두껍게 쳐 바르고 과감하게 그렇다고 우겨보기로 한다. 무엇이든 자신감이 +1은 먹고 들어간다고 보기 때문에.
나는 회사에서 직업적으로 무수히 많은 프레젠테이션을 거쳐왔다. 그룹사 회장에게 인트라넷 도입 방안에 대해 구구절절 스토리를 만들어 겁 없이 프레젠테이션에 도전해본 적도 있고, 국가과제 심사 시 평가위원 앞에서 위아래 치아가 1초에 백만 번씩 달달 부딪혀가는 경험을 하며 프레젠테이션을 해본 적도 있다.(자랑삼아 이야기하지만 내가 주도해서 참여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 수주한 금액이 수십억에 육박한다.)
물론, 회사에서만 프레젠테이션을 한 건 아니다. 군대에서는 사단장 앞에서 GOP 소초 현황과 입무에 대해 5분 동안 스피치를 한 적도 있었으니까.(안녕하십니까~ 사단장님 본 42 소초는 철책선으로부터 100미터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곳으로써 북으로 중화기 2점과...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 그래서 사단장과 악수를 하는 엄청난 영광을, 이라고 쓰고 싶었지만, 나중에 사단장과 악수한 결정적인 그 사진을 5만 원 주고 구매한 바람에 배신감에 치를 떨었던 기억만...
아무튼 나에게 프레젠테이션은 생활 그 자체가 됐다. 내 직업이 개발자인데 뭔 프레젠테이션을 그리 자주 하고 살았는지 정체성이 의심스러워진다.) 코로나-19 시대가 되면서 프레젠테이션 할 자리가 더 늘어났다. 직장생활과 병행하여, 아니 직장 몰래 부업 전선에 뛰어든 지 어언 7년이 거의 넘어가지만, 작가의 세계든, 부업의 세계든 프레젠테이션은 선택과목이 아닌 필수과목이었다.
내가 주로 발표한 곳.
창업경진대회 최종 결선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대학교 강의실에서
구청 평생학습관에서
도서관에서
정부부처 경쟁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공심재 온라인 강의장에서
프레젠테이션은 장소와 환경만 바뀌었을 뿐, 틀의 거의 변하지 않았다. 프레젠테이션의 핵심은 듣는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을 말하는 데 있다. 작가가 독자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책에 담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듣고 싶은 사람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자기 자랑만 실컷 늘어놓다 발표장에서 퇴출을 당하게 될 수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지껄이거나, 내가 아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도 알고 있을 거라고 일반화시키는 태도도 위험하다. 이 세계에도 중용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프레젠테이션은 강력한 자신감에서 나온다. 설사 나보다 더 똑똑한 인간이 거만한 표정으로 거드름을 피우며 큰 헛기침으로 무시하듯 나를 쳐다봐도 나는 그들보다 우위에 있지 않은가. 그들은 앉아있고 나는 높은 곳에 서 있다. 나는 100시간 이상을 공부하고 왔고 그들은 이 자리에서 내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
그들을 내 시선에 주목하게 만든다. 나는 앉아 있는 그들을 모두 볼 수 있다. 발표하는 분야에 대해선 내가 그 순간만큼은 최고의 권위자다. 그들은 그저 듣는 사람이다. 나는 가르치는 사람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발표 귀신이라는 스티브 잡스가 맨 앞쪽에 배석해 있어도 떨리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듣고 질문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10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나를 향한다고 생각해 보자. 떨리고 긴장될 수도 있지만, 내가 그들을 역으로 휘어잡을 수도 있다는 거다. 자신감은 건방진 태도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발표 자료만큼은 내가 그들보다 전문가라는 인식에서 만들어지는 거다. 만약 자신감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당신이 평가위원보다 주제에 대해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프레젠테이션은 나의 철학을 전파하는 행위다. 그리고 듣는 사람을 이해시키는 기술에 있다. 자신감과 함께 필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이다. 어떤 스토리로 이야기를 전달할 것인가?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가? 어떤 전개를 만들어낼 것인가? 세워놓은 전략에 따라 물 흐르듯 나도 모르게 스토리에 올라타야 한다.
프레젠테이션에 있어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디자인 능력이다. 당신의 장황한 노션 첫 페이지처럼 이미지와 텍스트로 떡칠은 더 이상 하지 말자. 하고 싶은 이야기 정확하게 한 줄, 그리고 글을 떠받치는 그림 한 장, 이렇게 심플하게 장표를 만들어 이야기를 전개하자. 이 세계에도 미니멀리즘이 화두가 된다.
나는 요즘 캔바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든다. 온라인으로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이미지와 일러스트를 쉽게 얻을 수 있으며 배치 디자인도 쉽게 적용해주기 때문이다. 요즘은 파워포인트를 거의 쓰지 않게 된다. 프레젠테이션에 가장 요긴한 기능만 쓰게 되니 오히려 내용 자체에 집중하게 된달까. 아무튼 캔바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프레젠테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다.
강력한 자신감 - 연습과 실전의 반복
스토리텔링 - 수사법에 관한 책을 읽는 게 좋다.(아리스토텔레스 할아버지)
심플한 디자인 - 텍스트보다는 콘텍스트에 초점
프레젠테이션 잘하는 법과 관련하여 온라인 특강을 개최한다.
1월 18일(화) 저녁 7:30 ~ 8:30(1시간), 줌 온라인
강의 내용은
1.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
2.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방법
3. 노션으로 요약서 작성하는 법
4. 이미지와 글자 최적으로 배치하는 법
5. 키워드로 발표하는 법
6. 캔바와 노션으로 프레젠테이션 하는 법
7. 스크립트를 절대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
신청은 아래에서
https://forms.gle/aRqNSxVBKvgjDhsE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