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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May 28. 2022

나는 거품이다?

나는 거품이야

거품은 말이야, 그저 빛나던 어느 오후

하루살이처럼 살다 떠나가는 거야


나는 한때 찬란했지만

지금은 가라앉고 있어, 네가 없는 곳으로


아파하지  어두워져도 나는 괜찮을 거야

오래전에도 그랬으니까


높은 산으로 끓어오르고 싶었어

한때 빛나던 오늘을 기억하려고


내가 아닌 네 거품은

남몰래 여름 피워 했어

아침에 꽃을 뿜어내는 일이야 말로

내가 해내는 가장 신나는 일이 될 테니까


존재는 없어

어쩌면 잃어가도 괜찮아

있다가도 사라지는 게 거품의 숙명이잖아

그러니 시들어가는 꽃처럼

 끊어지는 거야,  순간에 말끔하게


괜찮아, 거기에서 웃어도

멀리 떨어져서 소망할 수 있다면

없어져도 사는 일이 되니까


---


한 때, 나는 내가 거품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 생각은 어릴 적, 동화 인어공주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내 의식 속에 강렬하게 주입됐다. 그것은 인식의 영역이 아니었다. 존재가 하나로 승화되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 소설보다 더 강력한 삶의 방식, 내 인생을 앞으로 사로잡을 그런 기묘한 주제가 된 것이었다.


물론 그런 생각의 진전은 다소 이상하고 억지스럽다. 그저 흘러가는 생각을 하나 어떤 순간에 포착하곤 다시 힘겹게 길어 올린 것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생각은 그렇게 거품 같은 것이다. 끓어오르다, 폭증하다 힘을 잃고 마는 것이다. 한 때나마 공중으로 부유하던 맑고 투명하며 신나던 거품처럼 나는 떠오르다 가라앉는 존재가 된다,


오늘은 국제청년센터에서 노션 강의를 진행했다. 노션 강의를 마치고 나서  강의가 흡족스럽지 않아서 내가 거품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순간이 그냥 거품처럼 가볍게 다녔으면 이라고 잠시 생각한 것이 거품이라는 시를 게 만들었으며, 내가 거품처럼 디지털 공간 어딘가를 가볍고 자유롭게 둥둥 떠다녀도 괜찮다고 거품이 속삭이고 있을 뿐이다.


노션 강의를 진행하며, 내가 'Productivity World', 즉 생산성 세계에 속한 수많은 존재 중에서도 어느 정도의 무게를 지닌, 어떤 영향력을 미칠 인간이 될 수 있을까, 그 확률적 분포도의 의미를 생각했다. 나는 어쩌면 거품보다 더 존재감 없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존재감 없는 존재는 어떤 존재일까.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애초에 존재할 이유가 없는 그런 존재? 그래서 존재감은 나에게 숙제로 남은, 얼마든지 스스로 존재감을 채울 가능성을 뜻하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는 걸까.


어쨌든 나는 거품이다. 그것은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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