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인간이다. 직장에서도 인간적인 감정으로 살아간다. 우리는 마땅히 감정을 지닌 인간으로 대우받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먹고살기 위해 중요한 가치를 외면해야 할 때, 우리는 소외감을 느낀다. 그래서 사람들은 출근하기를 싫어한다. (…). ‘정시에 출근해서 맡은 일을 처리하고, 동기나 목표 달성을 향한 열정을 제외한 개인적인 감정은 절대 드러내서는 안 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직장에서 진정한 자기 모습을 애써 숨기며 살아간다. (…) 프레드 코프먼은 많은 상사가 잘못 알고 있는 ‘업무적인 태도’와 맞서 싸우기 위해 다음과 같은 주문을 되뇌었다.
“완전한 자아로 일터에 나가라.”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 킴 스콧 저
일요일 밤이면 방황이 시작되고 월요일 아침이 되면 끔찍한 것으로 세상이 변신하기 시작한다. 알람 소리가 쩌렁하고 울리자마자 5초 이내에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오라는 주문이 귓가에서 윙윙거리지만, 그것은 단지 그럴듯한 경구일 뿐이다. 현실이 이상 그대로 작동될 리가 없다.
나는 이사다. 그리고 팀장이라는 직함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직장 생활을 30년 가까이하고 있지만 첫날부터 오늘까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매일 아침마다 회사 가기 싫다는 생각.
회사에 가기 싫은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의 저자 킴 스콧의 말처럼 회사에서는 오직 회사의 목표와 실적만이 존재하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그 어떠한 인간적인 관계와 그 관계에서 생산되는 이야기란 것이 없다.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아기자기한 각양각색의 이야기들은 애초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설 틈 자체가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는 가정 혹은 사회적인 얼굴과 직장에서의 얼굴이 별도로 존재한다. 말하자면 직장에서 어울릴 만한 페르소나를 뒤집어쓰고 나가는 것이다. 그것도 억지로 나라는 인간이 가진 본래의 정체성이란 깡그리 무시해 버리고. 자아가 완전히 해체되어버리는 현상을 회사에서 맞이하고 만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은 보통 감정으로 나타난다. 기분이 나쁘면 분노하고 좋으면 기쁨을 표출한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감정 표현을 억압당한다. 오히려 감정 노동을 강요당한다. 특히 상사의 감정을 떠안을 때면 더욱 그렇다. 내 감정은 배출하지 못하고 타인의 감정은 흡수한다. 내 얼굴이 아닌 가짜 가면을 쓰고 사는데, 이제 감정까지 도둑질당하는 기분이 든다. 이러니 회사에 나가고 싶을까?
회사에서 오직 죽도록 일만 하고 운 좋게 좋은 성과를 거두고 그래서 억대 연봉을 받게 되고 나아가 더 많은 인재가 팀에 충원되어서 회사도 성장하고 나도 성장하는 과정을 경험하면 좋겠지만, 규모와 그에 따른 실적만 생각하는 회사는 언젠가 무너지고 만다. 그곳에는 사람은 없고 오직 목표와 목표 달성을 위한 가짜 동기부여라는 채찍질만 존재할 테니까.
이 책에서 저자는 상사에게 주문한다. 직원들에게 인간적인 감정으로 다가서라고, 일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인 깊은 관계를 가지라고 강조한다. 개인적인 질문들, 회사에서는 절대 나누면 안 될 것 같은 질문들이 있다. 회사라는 공간에서 어울리지 않는 그러니까 조용한 카페 같은 곳에서 오가면 적당한 이야기들 말이다. 회사의 프로젝트 따위가 굴러가는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제발 커피 마시는 카페에서는 회사 이야기, 일은 그만 이야기하도록 하자. 그렇게 주고받을 화젯거리가 없나. 차라리 오늘의 날씨, 오늘은 습도가 얼마나 높을지, 요즘 온라인 서점에서 화제가 되는 책 이야기 정도라면 어떨까? 그런 가벼운 화젯거리조차 꺼낼 수 없다면 당신은 상사의 자격이 없다.
솔직히 나라는 사람 한 명이 변한다고 회사가 얼마나 달라질지 의문이긴 하다. 작년 말, 나는 공식적인 석상에서 대표에게 “우리 회사는 체계가 없어요”라고 솔직한 말 한마디를 던졌다가 거의 잘릴 뻔했으니까. 사실 나는 회사에서 유일무이한 인간이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런 문화를 가진 회사에서 이사 한 명이 우리 서로가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가자고 그래서 마치 내가 보모와 같은 역할을 맡겠다고 선언한들 무엇이 달라질지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나는 그런 인간적인 말하자면 사람 냄새가 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가기 싫은 회사이지만 우리 팀원끼리는 적어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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