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당 다니면서 내 사업 하는 법
여러분은 왜 사업을 하지 않습니까? 사업은 사업 체질을 가진 사람만 가능한 일일까요? 아니면 특별한 아이템이 없기 때문입니까?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고 업무가 너무 과중해서 사업에 신경 쓸 여유가 없는 편이십니까? 이런저런 변명한 늘어놓으면서 계속 사업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겁니까?
사업(事業)
어떤 일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경영함. 또는 그 일.(사전적 정의)
물건이나 용역을 고객이나 다른 사업체에 판매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국가 안에 존재하는 법적으로 인식되는 조직체나 활동이다.(위키백과 정의)
사업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목적이 있고 목적으로 가기 위한 계획이 있습니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경영까지 해야 하며 수익을 창출해야 한답니다. 경영이라니까 건실한 사업체 같은 것을 꾸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옵니다. 직장에서 주어진 일이나 열심히 하면 되지, 무슨 사업이냐는 볼멘소리도 들려옵니다.
저는 직장 생활에 진심인 분들에게도 사업을 추천합니다. 사업은 꼭 어딘가에서 투자를 받고, 그럴싸한 사업체를 꾸려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사업이 그렇게 거창하면 대체 어떻게 시도를 하겠습니까?
저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사업을 합니다. 대표님이 알면 잘릴까 봐 걱정이시라고요? 걱정은 1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위에서도 이미 말했습니다만, 사업은 그렇게 거창하며 남들에게 들킬까 봐 걱정하며 준비하는 게 절대 아니니까요.
직장에 다니면서도 사업을 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말 그대로 사업을 하면 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직장에 다니든 그렇지 않든 사업은 시도만 하면 됩니다. 자꾸 불가능하다는 프레임을 씌우면 못하는 이유만 생각하게 됩니다. 사업은 내가 주체가 되어서 일을 꾸려나가는 방식이라고 했죠? 사업을 꾸릴 때 보통 아래와 같은 절차를 밟게 됩니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사업에 필요한 위의 절차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 바퀴를 스스로 도는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됩니다. 그런데 저기 위에 보이는 험난해 보이고 꽤 묵직해 보이는 일을 어떻게 회사 다니면서 동시에 할 수 있냐고요?
저는 그래서 정부 과제(R&D)를 추천합니다. 정부 과제에 선정되는 일이 어렵다고 다들 말하죠. 경쟁률이 수십 대 일에서 수백 대 일인데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미리 포기하죠. 정부 과제가 사업과 어떤 관련성이 있냐고 여러분은 분명 물으실 겁니다.
상황을 한 번 가정해 봐요. 여러분에게 정부 과제라는 숙제가 주어진 겁니다. 기간은 약 한 달, 주제는 딱히 정해진 것도 없어요. 팀원들과 호텔방에 함께 모여서 먹혀들만한 아이템을 후딱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누군가는 시장 조사에 뛰어들고 누군가는 동향도 파악해야 하겠죠. 동종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이미 출시되지 않았는지 업계 조사도 해야 하고, 제안서도 써야 합니다. 맙소사 디자이너처럼 슬라이드 자료도 멋지게 만들어야 하죠. 게다가 대중 앞에서 발표까지 해야 합니다. 공포스러운 평가 현장에서 위원들에게 날 선 질문에 답변도 능숙하게 해야 합니다.
실제 회사에 다니다 보면 이런 경험 의외로 자주 하게 될 겁니다. 저도 뜻하지 않게 저런 팀에 끌려들어 가서 제안서를 쓰게 됐거든요. 그런데 저는 저런 상황을 혼자서 맞게 됐어요. 아무런 지원 없이 오직 시간만 주어졌죠. 일은 터졌고 어떻게든 해내야 했죠. 사람이 또 신기한 게 상황이 만들어지면 일을 어떻게든 하게 되더군요. 결과를 떠나서 일단 저런 과정을 거치게 되더라는 겁니다.
물론 처음에는 결과가 신통치 않았죠. 코드만 만져본 개발자가 기획이니, 시장조사니, 제안서 쓰기, 뭐 이런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었겠습니까? 아마 회사에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런 기회를 하나의 도전으로 봤어요. “개발자라고 맨날 코드만 주물럭대야겠어?” 생각한 겁니다. 그리고 마치 새로운 언어를 대하는 것처럼 접근했죠.
그리고 그날 이후부터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내가 만든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타진해 봐야겠다고, 자본도 없는 내가 내 돈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겠습니까? 내가 만든 아이디어의 가치를 인정받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이디어를 정부 과제와 연결시키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비록 회사 내에서 아이디어를 사업화시키는 것이지만, 공식적으로 사업을 능력껏 꾸려볼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는 것이니, 어쨌든 한 번 그런 경험을 갖게 되면 언젠가 그 경험이 큰 기회가 될 거라고 믿었던 겁니다. 실제 그 경험이 미래에 큰 도움이 되어 주었고요. 말하자면 저는 본격적으로 사업이라는 링에 오르기 전에 정부 과제를 대하며 스파링을 경험 한 셈이었습니다.
사업을 다른 사람만 할 수 있는 거창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시겠습니까? 언제까지 수동적인 태도로 기다리기만 하실 건가요? 사업은 내 것입니다. 회사에서 사업을 만들더라도 그것의 소유는 회사의 것이지만, 그 과정은 회사의 것이 아니에요. 그 과정은 여러분에게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됩니다. 미래에 투자할 여러분만의 먹거리가 되어 줄 겁니다.
회사를 위해서 사업을 할지라도 그 아이템을 사업화하며 과정을 통과한 순간은 모두 여러분의 것입니다. 인생을 큰 흐름에서 본다면 실무자인 제가 사업을 만들어보니 나중에 일종의 감각이란 게 생기더라는 겁니다. 정부과제가 좋은 것은 내 미래의 가치를 현재의 시점에서 가능성만으로도 평가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개발은 다른 이야기죠. 시장의 가치도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내가 내놓은 아이디어를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자, 이제 사업은 남의 이야기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스스로 시장에 뛰어들어 봅시다. 여러분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