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Nov 30. 2022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 우스운 자의 꿈 》, 도스토옙스키 & 11월의 독서 생활 정리

1.

11월 완독 목록




11월에도 다양한 책과 만났다.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변명이라는 사실을 나는 독서를 통해 경험하고 있다.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서가 맞겠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모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읽는데 쓸 뿐… 당신은 책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사실은.


11월에는 레이 브래디버리, 미하엘 엔데,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파스칼 키냐르, 크리스티앙 보뱅, 프란츠 카프카, 무레 요코, 무라카미 하루키, 플래너리 오코너, 카렐 차페크, 로베르토 아를트, 패트릭 모디아노, 레이먼드 카버, 페터 빅셀, 토마스 만, 윌리엄 셰익스피어, 주제 사라마구, 도스토옙스키… 작가 이름 정리하는 것도 어렵다.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그리고 거의 30권의 새 책을 주문했고 매주 도서관에서는 10권이 넘는 책을 빌리고 있다. 그야말로 책에게 빚진 인생이 아닌가. 화가 나는 것은 여전히 교보문고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지만…


2.


짧은 평(《우스운 자의 꿈》, 도스토옙스키, 작가정신)


인간은 다른 인간으로부터 분리된 존재다. 분리라는 단어는 소외와 고독을 상징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 고독과 더 가까워진다. 고독과 친밀해지지만 고독이 사라지진 않는다. 접하면 접할수록 더 근원적 궁금증이 생긴다. 그래서 더 깊이 빠진다. 책과 글 속으로…


굳이 고독으로부터 멀어지진 말자. 벗어나려고 해도 나는 어느 순간 어두운 골목길의 항해자가 되어 있다. 한쪽 끝에서 또 다른 끝 쪽으로 어쩌면 출구가 없는 길을 지나고 있지만, 여기가 한가운데인지 끝점인지 알 수 없다. 모호하고 흐릿하고 모든 게 불분명할 뿐이다. 오로지 그 길에 나 혼자뿐이라는 감각만 선명하게 떠오를 뿐이다. 그러니 고독의 손을 잡고 고독의 허리를 감싸고 고독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고독에게 얼굴을 기대고, 고독과 발을 맞추며 고독에 도취되어 걷는 것이다. 


《우스운 자의 꿈》엔 두 가지 중편이 담겨 있다. '백야'는 도스토옙스키의 초기 작품이고 '우스운 자의 꿈'은 후기 작품이다. 두 가지 작품에서 드러나는 것은 인간의 소외와 고독이다. 두 주인공은 인간에게 버림을 받는다. 버림을 받기 싫어서 그 순간을 외면하기 위해 그들은 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를 떠나려 노력하기도, 아예 자살을 결심하기도 한다.


그들은 일찌감치 깨달은 자들이다. 삶의 모순을, 삶의 허무함을, 본질적으로 자신이 이 세상에 혼자 놓여 있다는 고독함을 정면으로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을 흡수하려 한다. 인간에 대한 연민, 사랑, 모든 것을 초월한 한 인간의 절대적 깨달음을 도스토옙스키는 책을 읽는 자에게 선물한다.


그 사실을 인지하는 인간은 소외로부터 멀어질 수 있을까? 그 사실을 자각하면 더 깊은 소외에 빠지게 되는 건 아닐까? 도스토옙스키는 그들의 내면에 다른 다른 색채를 가미해 주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 바로 휴머니즘이다. 냉철한 이성보다는 고독 속에서 피어나는 도스토옙스키의 따뜻한 감정을 좇아가 보자. 


종합 책식지수 : 4.87


책 속의 한 문장


나는 고독에 멍든 사람입니다. 


성장하면서 예전의 꿈을 떨쳐버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예전의 꿈들은 산산이 부서져 먼지가 되고 맙니다. 만일 다른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부서진 파편들을 모아 삶을 다시 꾸려 나가야 할 것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쓸쓸한 고독이 밀려오고 목발을 짚은 노년이 부들부들 떨며 오겠지요. 그 뒤를 애수와 우울이 따를 거고요. 환상의 세계는 빛을 잃고 서서히 굳어져 마침내 시들고 말 겁니다. 꿈 또한 나뭇잎이 노래져 나무에서 떨어지듯 툭 떨어지고 말겠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기다림의 순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