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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Dec 28. 2022

편안한 죽음이란 결코 없다.

《 아주 편안한 죽음 》, 시몬 드 보부아르


짧은 평(《아주 편안한 죽음》, 시몬 드 보부아르, 을유문화사)


아주 편안한 죽음 따위란 없다. '시몬 드 보부아르'에게나 나에게나 죽음을 몽상하면 떠오르는 세계는 오직 고통뿐이다. 죽음은 고통스러우니 편안한 죽음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나에게 꽤 역설적이다. 


죽음이라는 마지막 경주 끝엔 오직 고통스러움만이 우리를 기다릴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죽음을 잊거나 체념하는 방법으로 부정한다. 절대 나에게 절멸의 순간 따위는 미치지 않을 거라고, 거짓으로 스스로를 위장하고 있다.


이 책은 철학자 사르트르와의 계약 결혼으로 유명한 보부아르의 이야기다. 그녀의 어머니가 어느 날 낙상 사고를 당한다. 그 사고 끝에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악성 종양을 발견하게 된다. 언젠가 우리 모두는 암이라는 최종적인 절망을 맞게 된다. 그러니까 어떤 면으로 본다면 우리는 일종의 공동체인 셈.


죽음이라는 명제가 주어진 그녀의 엄마에게 할당된 시간은 오직 한 달뿐이다. 이 에세이는 병원에 입원한 그녀의 엄마가 죽음을 만나게 될 때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하지만 시몬 드 보부아르는 철학자답게 마지막 순간까지 죽음은 삶에 존재하는 치열한 실존 중의 하나라고 묵묵하게 써 내려간다. 심지어 그것을 철학적으로 사유까지 한다. 


죽음의 의미를 찾아야 무엇할까. 죽음과 만나는 순간, 끔찍하고 비참한 고통뿐일 텐데… 


종합 책식지수 : 4.66





책 속의 한 문장


우리에게 소중한 누군가가 사라지게 되면 우리는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대해 고통스러운 자책감을 수도 없이 느끼게 된다. 그는 죽음으로써 오히려 그만의 존재를 우리로 하여금 깨닫게 해준다. 그는 그가 없음으로써 완전한 무가 되기도 하고 그가 있으므로 온전히 존재 하는 세계마, 거대한 존재가 된다.


한 문장에 대한 나의 생각


누군가 사라진다는 상상은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살아가면서 수도 없이 많은 죽음을 목격해왔다. 그 숱한 죽음 속에서도 나는 지금까지 타자였지만 언젠가 내가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그저 공포스러울 뿐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죽음을 생각한다. 그 허술할 마지막 순간을 억지로 떠올린다.그래서  더 사람답게, 더 아름답게, 더 의미 있게, 더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 다짐을 한다. 그것이 살아있는 내가 누릴 삶의 유희, 삶을 대하는 가장 긍정적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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