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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an 05. 2023

슬픔에서 우린 위안을 찾을 수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초판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짧은 평(《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초판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더스토리)


내 젊은 날 그토록 이유 없이 극렬하게 자신을 미워하고 혐오하며 질시하던 나는 거의 매일 꿈속에서, 아니 환상 속에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써 '나'라는 존재를 습관적으로 혹은 취미적으로 말살해 왔다.


나는 나의 자아를 사랑하지도 못했으며 심지어는 받아들일 줄도 몰랐다. 완벽하게 그림자 취급을 했다. '사랑은 원래 누구나 서툰 것이다.'라고 나 자신의 인격을 왜곡시켜 가며, 나를 거짓된 자아라는 감옥 안에 가두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속이는 편이 관계 측면에도 편했다. 거절받지 않아도 될 자유가 무한하게 있었으니까. 나 자신에게는 그렇게 하는 것이 더욱 이로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사랑은 그래서 늘 일방적이었으며, 일관적으로 모순적이었으며 외따로 인 상태로 쓸모없는 곳에서 둥둥 떠다니기만 했다. 사랑은 가벼운 비누 방울 같은 것이었다.


사랑의 완성은 어떤 형태로 이뤄질까. 나는 죽을 때까지 사랑을 완성하지 못하려나? 사랑은 죽음 혹은 환상으로 번역되리라. 그 결실은 미지수와 거의 같다. 아마도 평생 동안 꽃을 피우지 못하리라. 


우리의 가엾은 베르테르, 젊고 아름답고 고독하기만 한 베르테르는 생을 스스로 마감함으로써 나 대신 과업을 달성했다. 운명을 스스로 결정지었다. 이루지 못한 사랑, 바라기만 하는 사랑, 한쪽으로 기울어진 사랑, 행동하지 않는 사랑의 끝엔 오직 죽음이라는 무거운 밀실만 기다리고 있을까? 


이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면, 나는 언젠가 불 꺼진 작은 방 안에 혼자 앉아, 그동안 나를 거쳐왔을 불행하고 불쾌한 과거들, 나의 죄목들을 머릿속에 잔상처럼 흘려보내며, 어떤 선택을 내릴지 예측하느라 주저하고 갈등할 또 다른 나의 불쌍한 영혼에게 다른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으려나. 베르테르가 언제나 그런 불쌍한 나를 구원해 주려나.


물론 작가에게 깊이 동화된다고 해서 죽음을 어리석게 선택하는 행위는 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괴테는 리스펙트 한다. 종합 책식지수 :  5점(만 점)



책 속의 한 문장


인간이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무에 자신의 처음과 끝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직 나라는 존재는 내 것이자 당신의 것입니다.


인간의 본성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쁨, 슬픔, 고통, 모두 어느 정도까지는 견딜 수 있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면 파멸해버리고 말죠. 이건 사람이 약하다, 강하다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어느 한계까지 견딜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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