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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발적 재택 감금 일지

에피소드 - 프롤로그

나는 나 스스로를 감금시킨다. 신체든 영혼이든 무엇이든 가둬버린다. 나의 의식 반경을 제한하고 행동을 구속하며 무엇보다 나 라는 존재 자체를 한 곳에 완벽히 구금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그 모든 활동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것은 게다가 자발적인 여정의 시작 단계다. 외압이든 강제든 외부에서 유입된 의견이든 충고든 그런 강제적 구속력 따위는 없다. 오직 주체적인 의견이 나의 감금을 허락했을 뿐이다.


감금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나는 여기서 벗어날 자유도 갖고 있다. 원한다면 언제든 이 집구석을 벗어나 탈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나의 감금은 나름의 논리, 설득력을 가진다. 설득력을 가지는 첫 번째 이유는 동선을 의도적으로 제약해서 오히려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그래서 더 많은 생산성을 발휘하려는 목적이다. 내 자발적 감금은 내 방에서만 이루어지므로 시간과 한시적인 의미와 공간의 제한적인 의미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진다.


7시가 되면 알람 소리에 반응한 후, 3.3평 아주 작은 내 방 안에서 거의 모든 취식 활동과 경제적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말하자면 재택근무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재택근무란 것은 코로나와 상관없이 시작됐다. 지금까지는 강제적으로 살아온 인생에 불과했다. 적어도 알마 전까진…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종속적인 인생에서 그러니까 수동태적인 인생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났다. 데미안처럼 알을 깨고 새로 태어났다고 강조하고 싶진 않다. 다만 내 의견만으로 어쩌면 주체적인 생각이 재택근무를 야기했다고 나는 작게나마 내 마음속에서 태동한 작은 빅뱅의 순간을 떠올린다. 두 번째 이유는 나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유의지 혹은 자율성의 가치를 훼손하고 싶진 않지만, 자유는 말 그대로 제멋대로나 방치, 방기라는 단어를 연상시키게 만든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나는 즉흥적이고 변덕스럽다. 갑자기 아이디어든 발상이든 뭐든지 떠오르기만 하면 반드시 실험을 해서 검증을 해야만 하는 참을 수 없는 조급한 성격을 소유한 자가 바로 나다. 하지만 세상엔 온갖 유혹이 널려 있다. 길을 어슬렁거리던 고양이가 생선가게 앞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만큼, 나에게 세상은 생선가게만큼이나 유혹적이다. 한 가지를 하다가도 다른 무언가에 휩쓸리고 만다. 바깥세상은 귀신같이 우리의 집중력을 앗아가지 않나? 혹시 재택 구금, 재택 감금이 어째서 자신을 믿지 못하는 이유와 뜻을 같이 하는 거냐고 진지하게 물을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부연 설명을 하자면, 재택 구금은 내 자유도를 그만큼 억제함으로써 억제한 만큼의 욕망과 에너지를 내가 원하는 쪽에 돌릴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인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자꾸 변한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자유는 자유의 날개를 갖고 어디든 날아가고 싶다.(비상 같은 단어는 쓰고 싶지 않다.) 하지만 반대쪽에 서 있는 구속이나 결박은 자유의 날개를(의지) 꺾는다. 말하자면 이성이 발동하여 자유에게 자제를 권유하게 되는 것이다. 자유와 구속은 서로 치열하게 다투지만 적절한(?) 중간선에서 합의를 도출한다. 도출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나도 모른다. 분간할 수 없는 어떤 모호한 지점에 그들의 양해각서가 존재하겠지만 나는 그걸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예측만 한다. 그리고 예측대로 과감하게 행동한다.


이 글은 아마도 망했다. 나는 자발적 감금, 구속이라는 어쩌면 나름의 환기를 끄는 데는 성공했을지는 모르지만, 내가 의도한 바를 제대로 구현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 글은 재택근무를 하게 된 나의 시작과 과거와 그 재택근무를 통해서 내가 경험했던 세상의 다른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쓰게 됐다. 그래서 다소 도발적인 제목, ‘나의 자발적 재택 감금 일지’,라는 매거진 제목을 쓰게 된 것이다. 이 글은 얼마나 자주 발행하게 될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 글의 심도가 깊고 자주 발행될수록 역설적으로 내가 업무에 임하는 태도가 불성실하다는 판정이 될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러 뜸하게 연재될 수도. 전략적인 목적 탓에… 다만 이 이야기는 100% 진실이며 소설이라는 형태로서 1%도 가공이 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장담할 수 있다.


재택 감금 일지는 나 스스로가 나를 가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재택 감금을 시작하게 되면서 내 인생에는 여러 가지 뜻하지 않은 변화가 찾아왔다. 그 낯선 변화들이 어떤 장점과 단점을 만들었는지 앞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평소 나의 글과는 다르게 좀 가볍게 가고 싶다. 진지 코스프레는 이제 그만하자.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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