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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un 23. 2024

진정한 아이덴티티를 찾는 방법: 철학 교수에서 킬러까지

리처드 링글레이터의 <히트맨>을 보고

넷플릭스 영화 <히트맨>은 리처드 링글레이터 감독이 2024년에 연출한 작품이다. 제목 '히트맨'은 살인청부업자를 연상시키지만, 이 영화는 기묘하게도 살인 장면이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살인청부업자가 나오지만 살인 장면이 없는 영화라니, 탄산이 빠진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무미건조하지 않은가?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지만 적절한 비유는 아닐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표방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나이가 들면서 잔인한 장면을 피하게 된다. 익숙한 즐거움이 사라지는 느낌이지만, 이제는 치고 부수고 박살내고 써는 장면을 피하자! 왠지 반갑기만 하다.


그런데! 리처드 링글레이터라는 이름은 꽤 생소했다. 도대체 누구야? 살인철부업자가 살인을 하지 않는 영화라니! 이거 정말 마음에 드는 군. 바로 챗GPT 4.0에게 그의 필모그래피를 물어봤다. 


2024년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영화 <히트맨>에 대해서 정보를 검색해 주고 이 영화의 줄거리와 감독인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필모그래피와 그의 연출 특징을 말해줘.



오! 놀랍다. 할루시네이션이 아니다. 최신 데이터를 학습하지 못한 챗GPT는 실시간 검색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똑똑한 챗GPT의 말대로 이 영화에는 브루스 윌리스의 후계자라 불리는 글렌 파월이 출연한다. 하지만 그가 연기하는 '게리 존슨'은 전형적인 너드 이미지의 캐릭터다. 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안경을 쓴 채 코드를 분석하는 개발자의 분위기를 풍긴다. 부업으로는 경찰과 함께 가짜 살인청부업자로 변장해 살인 의뢰인을 현장에서 검거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맡는다.


영화의 이야기는 잠시 미루고 감독의 필모그래피가 궁금해졌다.



그의 필모그래피도 소개해줘
오! 비포 시리즈의 감독이구나!


영화에서 게리는 강단에서 니체의 철학을 자주 언급한다. 니체 하면 초인(Übermensch)과 영원 회귀(Eternal Recurrence)가 떠오르지만, 이 영화에서 강조하는 니체의 이미지는 한 인간의 아이덴티티의 변화다. 게리 존슨은 나약하고 자신 없으며, 한적한 시골에서 조류 사진이나 찍으며 살아가는,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정해져 있다고 믿는 인물이다. 그의 동료나 학생들도 혼다 '시빅'이나 몰고 다니는 게리를 무시한다. 그러던 중 그에게 행운(?)이 찾아오는데, 청부를 시도하는 공모자들을 만나 그들이 유죄가 성립되도록 현장에서 돈을 받는 연기를 하게 된다. 이를 통해 그는 완벽한 살인청부업자의 모습으로 변신하게 되는데, 그 살인청부업자의 이미지는 평상시 게리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상반된다. 론이라는 살인청부업자 캐릭터는 실제 글렌 파월의 모습과 동기화된 것처럼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로 변모한다.


론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찾은 게리는 게리가 아닌 론의 톤으로 살아간다. 게리는 자신이 론인지 게리인지 혼란을 겪으면서도, 론으로서의 삶에 더 만족한다.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그녀를 만난 것도 게리가 아닌 론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니체는 초인을 낙타 > 사자 > 어린아이에 비유했다. 초인은 3단계에 걸쳐 변화된다. 니체의 철학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아무튼 그런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은 얼핏 들어서 안다. 바로 챗GPT에게 물어봤다.


영화에서 게리가 론으로 아이덴티티를 바꾼 과정에서 니체의 철학적 상징인
낙타 > 사자 > 어린아이의 변화를 떠올릴 수 있어. 이에 대해 설명해 줘



영화의 주인공인 게리 존슨은 실제로 킬러는 아니잖아. 그의 아이덴티티는 그야말로 평범한 너드의 이미지를 가진 철학과 교수야. 그에게는 매력이 전혀 없어. 그는 부업으로 킬러 연기를 하면서 현장에서 청부살인을 의뢰하는 사람들을 체포하기만 해. 그런데 다양한 캐릭터, 즉 다른 아이덴티티를 연기하면서 철학과 교수인 너드가 아닌 매력적인 아이덴티티를 가진 론을 발견한 거야.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자신의 신념을 론이라는 새로운 아이덴티티로 찾게 돼. 론이라는 아이덴티티가 게리를 이끈 셈이지. 사람의 아이덴티티는 정해진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를 링글레이터는 전달하고 싶었던 거야.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니체의 낙타, 사자, 어린아이의 과정으로 주인공인 게리 존슨이 론으로 변해가는 걸 볼 수도 있겠어.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나와. 사회에서 폭력을 구사하는 잔혹한 인물이 존재한다면 그 인간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격리할 것인가, 법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법으로 잔혹한 인물을 구속하겠지. 킬러는 그런 면에서 잔혹한 인물을 대신 없애는 사회적인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 그 과정에서 잔혹한 인물이 사회에서 격리되니 자연스럽게 그의 유전자는 대물림되지 않겠지. 인류가 선사시대에서 부족을 이뤄갈 때, 우두머리가 폭력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서 이웃 부족 간의 대립과 분쟁을 자주 일으키게 된다면, 종족을 평화롭게 보존하지 못하고 위험하게 초래한다면, 부족은 결국 그 우두머리를 처형했을 거라는 이야기가 성립돼. 그래서 그런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인간의 유전자는 자연스럽게 도태되었을 거라는 이야기도 성립되고.


물론 킬러가 늘 폭력적인 인물을 제거하는 건 아니니까, 선량한 사람을 누군가의 이기적인 목적 때문에 제거하는 역할을 할 테니. 완전한 논리는 될 수 없을 거야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본다면?


영화 <히트맨>의 강렬한 이미지를 오래 간직하고 싶어 챗GPT와 함께 사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은 분명 나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챗GPT 같은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충분히 확장될 수 있었다. 편협하거나 왜곡된 세계관도 대화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 인공지능과도 철학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마지막으로...


이 글에 맞는 이미지를 한 장 그려줘

멋지군! 챗GPT가? 챗GPT를 컨트롤 하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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