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난 포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보러 극장에 가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예매에 가까스로 성공하고, 코엑스 M2관을 오랜만에 찾아 나섰다. 자그마한 홈씨어터 환경을 집에 구축한 이후 영화관엔 자주 가지 않게 된다. 음향과 화면에서 느끼는 압도적인 충격보다는 편암함을 찾게 되다 보니 극장에 자주 가지 않게 된다. 하지만 오래된 스타워즈 팬보이 - 아저씨 - 로서 새로운 SAGA - 역사 - 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집에서 블루레이가 출시될 때까지 어물쩍 기다려서야 되겠는가?
코엑스 M2관이 새롭게 개장된 이후 Dolby ATMOS 사운드 시스템이 설치되었다고 얘기 들었는데, 그것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니 영화와 함께 사운드에 대한 기대감도 증폭이 된다.
드디어 우렁찬 메인 테마송과 함께 특유의 글자가 가득한 자막이 스크린을 한 가득 채우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30년 가까운 올드팬에게 사라질 것이라 슬프기만 했던 스타워즈가 다시 내 눈앞에서 새롭게 부활한다니 감개무량을 넘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감동이 밀려온다. 살아생전에 다시 새로운 스타워즈 역사의 재현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살아서 역사와 함께하는 감동을 맛보고 있다.
나와 함께 성장한 스타워즈
스타워즈 클래식 에피소드 4, 5, 6은 나의 성장과 함께 했다. 국민학교 시절 안방 토요 명화에서 처음 접한 에피소드 4편(새로운 희망)은 우주에 막연한 동경을 가지게 되는 기폭제가 되었고, 스타워즈의 거대한 서사 속에서 영웅들의 알 수 없는 신비로운 힘인 포스에 심취하게 만들었다.
우주에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선과 악이라는 두 가지 존재가 태초부터 나타나 필연적인 충돌이 계속 있어왔고, 포스의 강력한 힘을 토대로 하여 선과 악의 균형이 유지되는 것이 우주의 진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차리기도 했다. 나도 제다이와 함께 포스의 수련을 받는다.
블라스터, 라이트 세이버, 어둠의 강력한 포스를 지닌 다스베이더 그리고...
“I’m your father”
는 대한민국의 흔한 막 장드라에서 자주 접하는 유치하며 진부한 출생비밀의 클리셰이겠지만, 스타워즈 올드팬들에겐 가슴 아픈 장면으로, <스타워즈>를 역사적인 비극으로 치닫게 한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스타워즈는 구세대의 전유물인가?
스타워즈는 사실 구세대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다. 나같이 오래된 향수에 젖는 팬들끼리만 공감할 수 있는 그들만의 문화라고 할까? 스타워즈는 나에게 단순한 영화 이상의 현상, 그리고 서사에 해당된다. 몇십 년 만에 새롭게 개봉한 에피소드 1을 본 후에는 역사를 망쳐버린 조지 루카스에 실망하여 오래도록 기다린 세월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번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지난 프리퀄 삼부작의 애매한 정당성을 단숨에 완벽한 시리즈로 재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디즈니가 루카스필름을 인수하고 새로운 시리즈의 제작을 발표했을 때 또 역사를 어떻게 훼손할지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걱정보다는 기대가 컸기 때문에 긴 시간을 인고하며 견딜 수 있었다.
과거 클래식 시리즈에서 느꼈던, 비주얼적인 충격은 더 이상 없었지만, 탄탄한 이야기와 치밀한 연출력 덕분에
올드팬들과 새로운 팬들 모두 만족시킬만한 걸작이 탄생되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을 약간 오마쥬한 느낌으로 기존 캐릭터와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뤄 클래식 시리즈가 다시 환상적으로 부활한 느낌마저 든다.
스타워즈 세계관을 디테일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이야기에 빠져들만한 완벽한 시간의 배열과 운명을 치밀하게 연결한 서사에 감동했다. 곳곳에 숨겨져 있는 스타워즈만의 깨알 같은 유머와 캐릭터를 적절하게 살려내기도 했다. 지루하지 않게 인물의 마력들이 관객에게 전해지고 시종일관 관객들은 영화와 한 몸이 될 수 있었다.
특히 처음 접한 메가박스 M2관의 Dolby ATMOS 사운드는 영화에 몰입하기 위한 극한의 사운드와 엄청난 사운드 효과를 통해 극적인 쾌감을 전달한다. 영화 시작과 함께 영화관내의 수십 개의 서라운드 스피커는 내 온몸을 샤워시켜 주듯 감싸며 음 하나하나가 뚜렷하게 분리되어 화끈하게 쏟아졌다.
조지 루카스가 디즈니에 판권을 넘긴 건 그가 가장 탁월한 결정이었다.
조지 루카스가 $40억 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디즈니에 모든 판권을 넘겨버린 건, 어쩌면 그동안 조지 루카스가 저지른 무모한 행동 중 가장 위대한 것으로 칭송받게 될지도 모른다. 영원히 끝난 줄만 알았던 스타워즈가 다시 깨어나게 되었고 새로운 사람들에게 또 다른 역사를 제공하고 저 같은 올드팬들에겐 잊힌 반가운 친구와 재회하는 감동을 줬으니 말이다. 그 이유 하나 만으로도 모든 용서가 될지도 모른다.
한 솔로
예전 한 솔로의 탱글탱글한 피부는 이제 찾을 수 없게 돼버린 늙어 쭈글쭈글해진 모습들에 짠한 눈물이 밀려나왔다. 예전처럼 정글을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당차게 “밀레니엄 팔콘호”를 몰던 모습은 더 이상 없다. 세월 앞에서 한 솔로도 루크 스카이워커도 레아 공주도 어쩔 수 없나 보다. 그 어떤 분장이나 그래픽 특수효과도 저물어가는 스타워즈 원년 스타의 세월은 막을 수 없다. 아들에게 결국 죽음을 당하는 잔인한 운명을 통해 그도 스타워즈의 역사 속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좋았던 장면들
클래식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시나리오의 구성
비슷한 설정이지만 포스 넘치는 신인배우들의 열연
루크 스카이워크와 한 솔로는 지고 레이와 핀의 새로운 별이 뜸
여전한 엑스윙과 타이 파이터의 공중전
더 사실적으로 발전한 디테일 한 묘사
전투씬을 더 웅장하게 한 롱테이크로 따라가는 카메라 기법
다음 시리즈 예정
2016.12.16: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로그 원 개봉(감독 고질라 리부트 가렛 에드워즈)
2017.05.26: 스타워즈 에피소드 8 개봉(감독 루퍼의 라이언 존스, 각본과 감독 담당)
2018.05.25: 스타워즈 스핀오프 한 솔로 개봉(감독 레고 무비의 핀로드 & 크리스토퍼 밀러)
각본은 에피소드 7의 로랜스 케스단, 한솔로 역할 정해지지 않음, 현재 물색 중
2019. 스타워즈 에피소드 9 개봉(감독 쥐라기 월드 콜린 트래보로우)
<J.J 에이브람스>는 스타워즈를 완벽하게 재생시켰다. 조지 루카스도 잃어버렸던 스타워즈만의 색을 되찾았다. 올드팬과 처음 영화를 접한 팬들을 포용했다. 올드팬과 처음 접한 젊은 팬들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일지도 모른다. 역사는 이렇게 다음 세대로 바통을 물려준다. 새롭게 출발한 에피소드의 성공적인 이어짐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