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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02. 2016

나는 웃고프다.

박효신 - 숨

숨 가쁜 일주일을 마치면 주말은 언제나 그랬듯이 달콤한 위로를 따박따박 건넵니다. 사람의 온기는 보이지 않고, 시간은 능청스러운 웃음을 짓습니다. 오직 주말만이 한결같은 인사를 반깁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조차 찾아보기 힘든 세상 속으로 사람들은 무너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따뜻한 손이 그리웠지만, 그리움이 건네는 고운 한마디는 인적이 드문 외딴곳에 묻히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정녕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현실이란 말인가요? 이번 주는 어떤 그리움으로, 안타까움으로, 고단함으로 지나간 시간을 메웠던가요? 힘든 일상을 보내고 나면 '쉼'은 우리에게 포근한 여유의 시간을 누리게 합니다. '힘들다'라는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을 우리는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은 각박하게 흘러가며 우리를 옭아맵니다. 주변의 시선은 따갑게 우리에게 쏟아집니다.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심장이 잔잔히 물결치듯, 여전히 숨 쉬고 있음에 차분히 감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 시간, 어두운 천장을 무심히 바라봅니다. 지난밤에 꾸었던 꿈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모를, 비밀스러운 자리에 고이 모셔두었던 어젯밤의 꿈을 떠올립니다. 꿈은 잃어버리지 않는, 기억할 수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주어진 기회를 고이 모셔두었던 침대 밑 작은 박스를 꺼냅니다. 


박스를 조심스럽게 들춰봅니다. 지난날의 꿈들을 돌이켜봅니다. 쫓겨다니던 삶의 불안한 시선이 박스 구석에 숨어있습니다. 구석의 어두운 단면을 도려내고 싶습니다. 지금은 밝은 모습만 찾고 싶습니다. 고이 접어 두었던 지난날의 희망이 한쪽 구석에 보입니다. 열정이 가득 찼던, 꿈이 없어도 살 수 있었던 뭉툭한 과거가 보입니다. 철없고 나이 어린, 꿈의 의미를 소중히 감싸 안고 있는 예전의 우리가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사고가 정지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무리 없이 연결되고 있음을 누군가 인정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가쁜 숨을 몰아 쉽니다. 살아있다는 것을 세상에 증거해야 합니다. 저는 여전히 이 땅에서 하늘에서 큰 숨을 쉽니다. 아직은 미진한 존재이지만, 세상에 널리 이롭게 비출 수 있는 미래를 가슴에 안고 있음을 알려야 합니다. 다만 내일은 오늘과 다를 것입니다. 꿈을 잃은 사람들과 저의 얼굴을 번갈아 떠올리며 시선을 보냅니다. 시간은 지나고 밤은 다시 찾아옵니다. 밤이 시작되고 꿈은 다시 침대 밑으로 사라집니다. 아침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내일 아침은 오늘과는 다를 것입니다. 바라는 것들을 내일로 이어 줄 수 있어서, 당신의 아침은 오늘과 다릅니다.


먹구름이 게인 눈부신 햇살


두려운가요? 꿈을 잊을까, 내일 아침이면 물거품처럼 사라질까 두려운가요? 꿈을 간직할 만한 용기가 모자라서 두려운가요? 그럼 이대로 당신의 꿈을 창밖에 내 던져도 좋은가요? 버려도 될 꿈이라면 애초에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도 저처럼 두렵지 않다면, 꿈은 사라지지 않고 어디에선가 응원을 보내 줄 것입니다. 


잠들지 않는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마르지 않고 언제나 촉촉할 당신의 내일을 응원합니다. 침대 밑에서 영원히 숨 쉬고 있을 당신의 작은 꿈의 이야기들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하루를 살아가세요! 높은 하늘로 의지를 날려 보내세요! 날아가는 새들이 보이나요? 당신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소원을 전할 날갯짓이 보이나요? 어두운 하늘은 걷히고 햇살은 대지를 따뜻하게 적셔줍니다. 당신의 꿈도, 나의 꿈도 하루를 삽니다. 




박효신 - 숨



가사 : 김이나


오늘 하루 쉴 숨이 

오늘 하루 쉴 곳이

오늘만큼 이렇게 또 한 번 살아가


침대 밑에 놓아둔

지난밤에 꾼 꿈이

지친 맘을 덮으며 

눈을 감는다 괜찮아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모양 속에

나 홀로 잠들어 

다시 오는 아침에 

눈을 뜨면 웃고프다.


오늘 같은 밤 

이대로 머물러도 될 꿈이라면 

바랄 수 없는걸 바라도 된다면 

두렵지 않다면 너처럼 


오늘 같은 날 

마른 줄 알았던 

오래된 눈물이 흐르면 

잠들지 않는 내 작은 가슴이 

숨을 쉰다.


끝도 없이 먼 하늘 

날아가는 새처럼

뒤돌아 보지 않을래 

이 길 너머 어딘가 봄이 

힘없이 멈춰있던

세상에 비가 내리고

다시 자라난 오늘

그 하루를 살아


오늘 같은 밤

이대로 머물러도 될 꿈이라면

바랄 수 없는걸 바라도 된다면

두렵지 않다면 너처럼


오늘 같은 날

마른 줄 알았던 

오래된 눈물이 흐르면

잠들지 않는 


이 어린 가슴이 숨을 쉰다

고단했던 내 하루가 

숨을 쉰다.




박효신이 신곡을 오랜만에 발표했습니다. 새로운 정규 앨범을 내기 전에, 선 공개한 곡이 바로 '숨'입니다. 


여러분들은 안녕하신가요?


삶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은 가사와 멜로디를 담았습니다. 일상에 지치고,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상처 입은 영혼들에게 치유의 목소리를 속삭입니다. '야생화'에 이어 박효신이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 가사에 담았습니다. 노래 하나가 삶에 구원을 줄 수 있을까요? 믿는 사람에게는 기적을 줄지도 모릅니다. 담백한 박효신의 목소리와 피아노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가사의 전달은 심장에 그대로 꽂힙니다. 저린 감동을 느낍니다.


도시의 어두운 불빛


오늘 낮에 종로 주변을 배회했습니다. 도처에는 의경들이 시꺼멓게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서울대에는 권력에 목숨을 잃은 한 농민이 누워있습니다.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시민들의 온정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어리석은 숨을 오늘도 붙들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숨은 강제로 끊어져버렸습니다. 저는 그 사람과 관계없으니, 제 일과는 과연 상관이 없는 걸까요? 국가는 무엇이 두려워 작은 사람들의 숨을 앗아가고, 압제하려는 걸까요? 한 사람을 막기 위해 왜 수천의 군홧발이 필요한가요... 우리는 삶을 치열하게 살아갈 뿐인데, 의무를 조용히 다할 뿐이고, 바랄 수 없는 걸 바라는 것도 아닌데, 왜 계속 뺏기기만 해야 하는 걸까요? 박효신의 아래의 가사를 듣고 나서, 저는 누군가에게 감정이 사무치게 이입이 되고 말았습니다. 콧날이 시큰해지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오늘 같은 밤 
이대로 머물러도 될 꿈이라면 
바랄 수 없는걸 바라도 된다면 
두렵지 않다면 너처럼 

오늘 같은 날 
마른 줄 알았던 
오래된 눈물이 흐르면 
잠들지 않는 내 작은 가슴이 
숨을 쉰다 


평범한 사람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언젠가 이룰 수 있도록 응원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삶이 비록 고단할지라도 주말 하루 동안 거리를 거닐며,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단란한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행복한 사람들... 삼청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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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사진 출처 : futurew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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