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다 : 욕망

자극적인 행복 거리를 찾아다니는 나는 자본주의가 낳은 하이에나가 아닐까?

삶이 고단해질수록 내 마음속에는 불순물 같은 것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끝장을 보겠다는 완벽주의적 성향 탓이었을까.
젊은 날의 게으름에서 좀 멀리 떨어져
이제는 다른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과도한 변신의 의욕 탓일까.
여기저기 사소한 것까지 들쑤시고 다니는 나머지
나는 예민한 사람을 넘어서 피곤한 사람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 따위가 주인 행색을 하면서
내가 처리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하여 들어오는 것들을 무조건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내 용량은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걸러낼 정도로 충분하지 못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마음속에 쌓여가는 앙금을 방치하고 있었다.

사람과 일 때문에 괴로운 날들이 산처럼 쌓여갈 때마다
고통을 안겨주는 모든 것에서 멀리 달아나고 싶었다.
욕망을 버릴 수 없게 되자 그것으로부터 차라리 숨고 싶었다.

떠나는 것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듯했다.
언제 앞을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어두운 상태에서
빛은 실체가 없는 희망이었다.
마냥 기다려야 한다는 명제가 머릿속에서 버둥거릴 때마다,
떠나려는 의지는 더 확고해졌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멀어지기 위해 어디로는 떠나는 상상을 했다.
찌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특권
여행은 피로에 그을린 상처에게 위로를 안겼다.

플랫폼, 기차, 내 번호가 쓰인 좌석을 더듬거렸다.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하루 동안 벌어질 낯선 만남을 상상하고
초행길에서 벌어질 어떤 변화를 그리며 나는 눈을 감고 차분히 기회를 기다렸다.
가끔은 무질서하게 그리고 무계획적으로 시간이 흘러가다
감정이 바닥난 곳에서 나를 리셋 시켰으면
그곳에서 길었던 기행이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기차에서 내렸고, 낯선 길가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때였다.
내 몸이 너무 가벼워져서 마치 진공 속을 헤매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바람조차 끊어진 인간의 발자국이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자연계(自然界)의 끝에서
나는 외로움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티끌이 되었다.
기억도 사라지고 괴로움도 영향을 줄 수 없는 경계에서
나는 고독한 존재가 아닌……
그리움조차도 초월해버린 도인이 되고 싶었다.
나는 욕망이란 더러운 옷을 훌훌 던져 버렸다.

따뜻한 햇살이 잠시 나뭇가지에 걸쳐있다가
다시 완벽히 보존된 상태로 벌거숭이인 나에게 그대로 쏟아졌다.
몸과 마음이 뜨거워져 땀으로 분출되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나에게로 달무리처럼 번져가고 있었다.
내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
길가에 피어있는 야생화와 나란히 서서 그 풍경을 구경했는데
시간은 잠시 나에게 머무르다 다시 순환을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나는 현실로 돌아온다.
욕망을 비워서, 부족한 일상에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에 머물고 싶다.
소박한 감동을 잃어버리고, 작은 것을 쉽게 흘려 버리며
자극적인 행복 거리를 찾아다니는 나는

자본주의가 낳은 하이에나는 아닐까.

이제는 더러운 욕망을 버리고 순수했던 시절로 다시 귀의하고 싶다.
그때, 낯 선 길가에 홀로선 가벼운 나를 꿈꾼다.
그때는 나에게 가벼운 말 한마디를 건네련다.


"어때 한결 가벼워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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