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다 : 정체

서로 얽히고 바뀌고 변화하고 매 순간 변화한다고요.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출근하고 퇴근하듯 단순하게 반복되는 삶은 재미가 없다.
누군가 그어놓은 선을 따라가는 것이 편할지 모르지만
새로운 경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없기에 그런 삶은 따분하다.
그러한 삶을 기억한다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색다른 경험, 일탈, 도전이 없는 삶은 이미 멈춰버린 것은 아닐까.

때로는 안개가 자욱한 길을 걸어보는 것이다.
한 치 앞을 헤아릴 수 없는 불확실함 속에서도
내 앞에 닥치게 될 사건, 사고 속에서도
본능을 한번 믿고 그것에 나를 던져보는 것이다.
눈과 귀가 아닌 초감각에 의지하며
자연 속의 모든 생명과 함께 호흡을 맞춰
즉흥곡 하나를 멋지게 변주해보는 것이다.

삶은 이렇듯 나에게 매일 변화의 숙제를 내민다.
편한 길로만 고집하는 나의 선택을 묻는다.
그러나, 그 질문을 늘 무시하는 나
주어진 시간 동안 그저 편한 먹잇감에 연명하며
짧은 목숨을 부지하려는 나
마음을 어딘가에 묶어버린 채 스스로를 차단해버린다.


"서로 얽히고 바뀌고 변화하고 매 순간 변화한다고요.
엄청 멋진 거라고요. 그리고 잊히고 있죠. 잊힌다고요"


영화 <라라랜드>의 세바스찬이 남긴 명 대사다.
<라라랜드>를 지배하는 것은 시종일관 "재즈"인데, 재즈는 때로 사랑보다 우선한다.
재즈는 인간의 삶 그 자체를 대표한다.
삶은 한자리에 머물러있지 않고 흐르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인간은 그것에 순종하려 할 뿐 거친 물살을 거스르려 하지 않는다.
재즈는 인간의 억눌린 마음을 자극하고 어두운 곳에서 방황하는 마음에게 빛을 내어 준다.
재즈에는 복잡한 길이 이리저리 얽혀 있어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상상 이상의 세상을 꿈꾸게 하며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시간은 매일 반복되지만 그것을 편곡하는 주체는 사실 인간이다.
인간은 음을 변주하는 재즈의 세상 속에서 멜로디이며 박자이며 때로 리듬이다.
인간은 삶에 다양한 선율을 그리며 그것에 따라 살 것이라 자신하지만
실제 삶은 혼돈이며 그 속에서 수없이 많은 변화의 가능성을 던진다.
그 혼란 속에서 인간은 선택의 자유를 포기하고
매일 같은 모습으로 현재를 미래에 양보하며 바삐 살아간다.
왜 바빠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얼핏 삶이 매일 똑같아 보일지라도
그 삶을 연주하는 인간의 개성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펼쳐진다.
인간이 지치지 않고 살아 숨 쉴 수 있는 것은
재즈처럼 얽히고 바뀌고 변화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즈는 인간의 삶을 닮아있다.
보조를 맞추듯 규칙적이면서도
서로 다른 길을 가려 하는 불일치의 혼란 속에서도
흩어지고 다시 모아지며 호흡을 맞춰간다.

내가 재즈에 빠져드는 이유는
마음에 밴 나쁜 습관을 떼어버리려는 것이다.
재즈는 정해진 길만 밟으려는 고정관념을 부수고
굳은 형식에서 벗어나려는 열정을 고취시킨다.

한 가지에 정체된 생각
변화하지 않은 채 같은 것만 고집하려는 생각
무조건 긍정하려는 생각을 바꾼다.


https://www.youtube.com/watch?v=-yg7aZpIX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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