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의 오보에
척박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절망의 틈바구니서 한 줄기 희망을 찾으려 애쓰지만, 세상은 내가 늘 꿈꾸는 것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만 갑니다. 꿈이 사라진 악몽 같은 세상에서 악착같이 살아가려면 독기를 품어야 할 정도로 강해지지 않으면 도저히 생존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미 거론할 필요도 없는 세월호, 메르스 등의 국가적인 위험이 닥쳤을 때의 사고처럼, 정상적인 대처 능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상실한 국가 시스템에 실망했으며, 우리가 의지할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였습니다.
또한 백 명 이상이 사망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도 피해자는 기업과 법 앞에 약자 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절감하고 그저 큰 한숨만 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서로 돕고 의지하고 마음의 상처를 돌봐주고 감싸주던 따뜻한 온기의 마음은 좌와 우, 내 편과 네 편, 우리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인 단순한 편 가르기로 나뉘어, 국민들을 서로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영화 <미션> (1986년 작)의 가브리엘 신부처럼 자신을 내어놓고 모든 아픈 사람의 마음을 돌보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으며,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거둘 수 있으며, 간절한 소통을 대신할 영웅의 탄생을 원하는 것은 아닐까요?
짜증 나고 지치고,
모든 억압에서 벗어나고 싶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삶의 의욕이 땅에 꺼졌을 때,
관두고 포기하고 싶을 때
용기가 생기지 않을 때
사람들이 이유 없이 미울 때
순식간에 나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고 싶을 때마다 즐겨 듣는 곡입니다.
마음의 안식을 찾게 되고
쌓인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으며
순수한 사랑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합니다.
세계적인 영화음악가로 유명한 엔리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곡인 "가브리엘의 오보에"는 영화 <미션>에서 가브리엘 신부가 남미 오지의 식인종인 과라니족에게 다가갈 때 연주한 곡입니다.
가브리엘 신부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잔인한 과라니족과의 교류를 위하여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간절한 소통을 하려 합니다. 종교의 색체가 짙은 순교의 영화이긴 하지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사람들과 소통을 위해서 어떤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지 진실된 마음의 언어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가브리엘 신부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싸움과 폭력적인 분쟁보다는 사랑과 서로에 대한 이해, 평화로 소통하려 합니다. 인간의 어두운 폭력을 따뜻하게 녹이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음악이 함께하며 미개한 식인종도 음악으로 하나가 됩니다.
음악의 힘은 너무나 위대합니다. 식인종의 무서운 칼과 화살을 무력적인 힘이 아닌 순수한 음악의 힘으로 순화시킵니다.
<미션>은 1750년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남지 일대에서 벌어진 역사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실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브리엘의 오보에”는 엔리오 모리꼬네가 가사를 붙이는 것에 대해서 극구 반대했다고 합니다. 기악곡으로 연주되기만을 바랬지만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의 간청으로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라는 제목으로 가사를 붙여 재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사라 브라이트만의 “넬라 판타지아”가 원곡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실제 원곡은 영화 <미션>의 "가브리엘의 오보에"가 맞습니다.
오늘 밤은 다른 어떤 날보다
우울할지도 모를 명절의 익숙한 밤이지만
우울한 밤은 새로운 아침으로
또다시 기운차게 시작될 수 있습니다.
우울하고 힘이 없을 때
"가브리엘의 오보에"와 함께 하시면
마음에 평화와
새로운 용기가 찾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