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플라자 문화아카데미 분당점 강의를 무사히 마쳤다. 노트북과 프리젠터, 젠더 등을 직접 챙겨갔는데, 지난번 구로지점에서 발표 자료가 담긴 USB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악몽 때문이었다. 나는 원래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이다. 강연 2시간 전에 미리 도착하여 문화아카데미 공기에 적응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긴장했으나 평소에 연습한 대로 차분하게 진행했다. 다양한 연령대 분들과 함께 했고 실컷 떠들다 보니 2회 강의 2시간 40분이 훌쩍 지나갔다. 30분을 초과하여 참석한 분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다른 지점보다 분당점의 참여율이 높고 수업에 대한 집중도도 뛰어났다. 나이를 떠나서 수업 자체에 임하는 자세에 열의가 있다. 강의 내용은 지난번 강연했던 1시간 20분짜리 분량을 2회분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시간은 글을 쓰면서 상처받았던 내면을 어떻게 치유했는지, 상처받았던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글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그것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었다면, 두 번째 시간은 실제 내가 고안해낸 글쓰기 노하우 전달 시간이었다. 내용을 두 가지 분량으로 쪼개면서 살을 붙이고 필요 없는 부분은 잘라냈다. 자료를 조사하고 발표 자료를 만드는 시간도 즐거웠다.
나는 글쓰기에도 기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프로그래밍 세계에는 '디자인 패턴'과 같은 개발 방법론과 라이브러리, 프레임워크, 툴 등이 있다. 특히 디자인 패턴은 프로그래밍을 하기 전, 특정 상황마다 적용할 수 있도록 관습화된 개발 방식을 말하는데, 프로그래머마다 고안해낸 방식도 있고, 오래 사용되어 법칙처럼 굳어진 것들도 있다. 나는 글쓰기에도 작가마다 사용하는 특정 패턴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경험을 통하여 그 패턴을 구축하고 있다.
나는 국문학 또는 문예 창작 전공이 아니기에 글쓰기를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지식과 이론적 기반이 취약하다. 내 전공인 '컴퓨터공학'과 '글쓰기'에 어떤 연결점이 있는지 그 맥락을 찾으려고 노력하는데, 글쓰기는 프로그래밍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나는 더 잘 쓰기 위하여 20년 넘는 기간 동안 업무에 활용했던 프로그래밍 스킬과 도구들을 글쓰기에 적용하고 있다. 서로 분야는 다르지만, 내가 공부한 공학적 지식으로 글쓰기를 해석하는 방식이 나름 효과가 있다 믿고 있고, 앞으로도 그 부분을 더 연구 및 확대 적용하려고 한다. 강연을 통하여 나의 스킬을 대중에게 전파하고 싶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나는 원래 독학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 기타를 독학으로 배웠고 군대 있을 때는 하모니카를 독학으로 깨우쳤다. 실컷 불다 보니 나중에 음을 자동적으로 따라가더라. 절대 음감이 있는 건 아닌데 연습하니 한 단계 뛰어넘는 경험을 했다. 요즘은 글쓰기가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악기는 하찮은 취급을 당하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것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글쓰기는 지금 이 순간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나는 지금 어떤 단계를 넘고 있을까.
글쓰기도 처음엔 독학했다. 유시민 작가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언급한 것처럼 연습하고 또 연습하면 안도현의 시 쓰기 정도는 아니더라도 논리적인 글쓰기는 가능하다고 보았다. 기술자의 방식으로 글쓰기에 접근할 수 있으리라고도 보았다. '베껴 쓰기'는 그 기술적인 방식 중 하나다. 잘 쓴 글을 한 번 읽어본다. 작가가 어떤 생각과 흐름으로 글을 이야기하는지 구조적으로 분석을 한 후 내 글에도 적용을 해본다. 글을 파헤치는 과정은 프로그래밍 세계의 '리버스 엔지니어닝'과 비슷하다. 그 구조가 어떤 이론으로 짜여있는지, 플롯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논리적으로 분석하기 보다 감각적으로 접근한다. 글을 읽을 때, 다가오는 어떤 감성이 있다. 나는 그 감성을 쟁취하여 내 방식으로 고착화시키려고 노력한다.
내가 터득한 방식이 근본 없는 것일 수는 있다. 정규 문학 코스에서 체계적으로 배우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체득한 경험이 기존에 작가들의 글 쓰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나는 다만 IT를 폭넓게 글쓰기에 응용하고 있으며, 부족한 지식을 보완하기 위하여 배우고 있기도 하다. 나는 오늘도 그 경험을 정리하고 있으며 강연에 녹이고 있다. 기회가 닿는다면 책도 내보고 싶다.
강연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목이 쉬도록 떠들었으나 가슴은 밑바닥까지 시원하게 뚫린 것 같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다.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픈 사람들이 나뿐만은 아니었다. 남들에게 가르치고 싶다면 나 역시 꾸준히 공부해야 함을 알았다. 이제 다음 주 강연을 또 준비해야 한다. 밤늦은 심야의 시간 나를 찾는다. 글쓰기로……
시로 나를 치유한다.
11/25(토) 11:20~12:40 / 1회 1,000원
이석현 브런치 북 금상 수상, ‘글은 나에게 희망을 열어’ 저자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시를 쓰고 있다면 누구나 시인입니다.
시를 통하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벙법에 관하여 이야기 합니다.
브런치 : https://brunch.co.kr/@futurewave
블로그 : http://blog.naver.com/futurewave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