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나를 치유한다.
지난주에 이어 AK플라자 분당지점에서 강연을 마쳤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시가 어떻게 '상처받은 내면을 치유할 수 있는가'였다. 시를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지, 시 쓰는 기교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내가 문단에서 인정받지도 못한 사람인데, 누군가에게 시를 가르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다만, 일 년 동안 시를 읽고 쓰면서 느꼈던 감정,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지, 내가 필사했던 시 중에서 마음을 위로하는 시를 공유하고 싶었다.
사실, 시를 읽어야 한다고 나 한 명이라도 떠들고 싶었던 것 같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 시는 어떻겠는가. 재미있는 현상은 시인이 되고 싶은 사람은 늘어나고 읽는 사람은 사라지는 시대라고 한다. 시가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시대에서, 시가 무엇이 될 수 있는지 아픈 마음을 어떻게 돌볼 수 있는지, 나는 그것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토요일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참석하셨다. 지난주와 달리 남성분들의 참석이 늘었다. 특히 60 ~ 7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들의 열정이 돋보였다. 나는 시에 관한 영화를 소개하면서 시인이 된다는 의미를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김양희 감독의 <시인의 사랑>, 이창동 감독의 <시>는 어떻게 하면 시인이 될 수 있는지, 시인은 세상을 어떻게 관조해야 하는지, 시인의 삶을 알려준 영화였다.
강연은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되었다. 영화와 음악에 담긴 시들을 소개했고, 조르주 상드의 시와 쇼팽에 관련된 일화도 소개했다. 약간의 시각적, 청각적 효과를 파워포인트 자료에 도입해봤다. 직접 동영상을 편집하고 자막을 입혀보기도 했다. 일방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함께 소통해보고 싶었다. 아직 그 부분에 대한 스킬이 부족한 것도 느낀다.
함민복, 이해인, 도종환, 나태주, 이병률 시인의 시를 소개했다. 함민복 시인의 "눈물은 왜 짠가?'는 유명한 시임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분들이 많았다. 산문시와 일반 시의 경계에 대하여 묻는 분도 있었다.
나는 글쓰기 모임을 만들고 일 년 전부터 합평을 했다. 혼자 하는 것보다는 함께 하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다고 말씀을 드리기도 했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합평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를 했다.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08946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47613
사실, 시 쓰는 것을 기술적인 방법으로 접근한 시기가 있었다. 시를 반복해서 읽어보니 정해진 패턴이 있었다. 시인마다 고유의 정서가 있었고, 시인마다 즐겨 쓰는 언어의 형식,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언어적 불순함이라고 할까. 어울리지 않는 문장을 교묘하게 조합하는 흐름이 보였다. 나는 시 쓰는 것을 공학적으로 해부하여 필요한 것들만 내 것으로 만드는 방식을 취했다.
'똥'이 삶의 실체적 진실이라면
'대변'은 가식의 언어일 뿐이다.
시는 '대변'을 '똥'이라고 말하는 양식이다.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안도현>
시인은 '똥'이라는 단어의 부끄러움까지도 독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안도현 시인은 얘기했다. 시인은 멋있게 말하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며 스스로를 과다하게 포장해서도 안되는 사람이다. 알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말이다.
시 쓰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글쓰기의 완성이다. 시적 재능이 나에게 있는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지금 시를 쓰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시가 우리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기대만 하지 말고, 시를 쓰는 행위로 인해서 타자의 슬픔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여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는 시를 쓰면서 변하고 있다. 이기적인 인간에서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기 위해 한 단계 도약하고 있다. 어두웠던 과거의 열등감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과거의 결핍을 받아들이고 있다. 열등감은 나의 시적 질료가 된다. 그것을 시로 배설함으로써 나에게 카타르시스는 온다. 우리 마음엔 누구나 시인의 감성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그것을 회피하며 산다. 나는 그 감성을 찾고 싶다.
브런치 : https://brunch.co.kr/@futurewave
블로그 : http://blog.naver.com/futurewave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