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그곳에서
새벽녘이면 그곳을 찾았다
종로 골목 끝 어딘가
벤치 위에 빈말들이 담배연기처럼 피어올랐다
나는 갑자기 담배를 피우고 싶었지만
속에서 헛구역질 같은 소리가
먼저 튀어나와 내 굵은 손가락 마디를 눌렀다
지금은 사라져 기억에만 반쯤 남은
옛 식당 언저리쯤 반짝거리던 당신의 메뉴
그리고 익숙한 문 앞에 나는 서 있다 지나치길 반복했다
지칠 때까지 살다 보면
과거의 취향이 현재까지 전해져
그 중심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사람처럼
살아간 당신은 내 등을 떠밀었다
나는 지나간 노을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이다
참 오랜만이다
정든 메뉴를 앞에 두고
이젠 아픔조차 다 떠넘길 수 있다 생각했는데
함께 했던 순간들은 하나하나 다시 건져올려져
내 목구멍을 막았다
당신의 고등어구이
당신의 갈비탕
당신의 감자탕
모든 기억에서 가시와 뼈는 발라지고
맨살만 내 밥숟가락 위에 얹혔다
아주 먹기 좋고 예쁘게
세상은 그대로이나 변한 것은
내 시간과 서점 신간 코너에 비치된 당신의 책뿐이다
나는 허전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날의 당신이 습관대로
아무 책이나 하나씩 뽑았다
하지만 읽을 수는 없었다
당신의 글자 또는 사진들이 도처에 떠다니기 때문이었다
나는 눈이 좀 아팠다
흐르는 시간 덕분에 과거는 잊힌다. 누구에게나 정든 곳은 있기 마련이고 잊을 수 없는 사람도 반드시 있다. 모든 순간에 사랑은 서려 있어서 내가 어디에 있든지 살아있다면 그 순간의 정취가 남은 인생에서 돌고 도는 것이다.
그것은 현재진행형일 수도, 과거형일 수도 있다. 나에게는 다행히 현재진행형이다. 현재진행형이어도 아픈 구석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시간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괴로운 것이든 행복한 것이든 과거는 과거로 영원히 묻힌다. 사라지는 것은 무조건 아픔이다.
인간에게 감사할 수 있는 감정이 있거나 기억을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다행이다. 기억을 회복할 수 있다면 다시 찾는 것이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찾을 수 없다면 비슷한 환경이라도 찾는다. 익숙한 그곳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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