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이 쌓였어요
겨울이 소복이 쌓이는 새벽이면
잠든 당신을 깨워
공원에 나가 눈이라도 굴려보자고
어린아이처럼 재촉을 하고 싶어요
나는 눈으로 물든 냄새에
취해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어린 날이 오면
당신이 잠든 머리맡에는
커다란 함박눈이 설산처럼 쌓일 테죠
눈으로 뒤덮인 세상을 볼 때마다
내가 새벽잠을 설치는 것은
아직 당신을 그리워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나는 은빛 냄새가 그리워
세상이 소리 없이 쌓이는 새벽 소리가 들리면
하얀 꽃그림을 당신과 같이 그리고 싶어요
마치 그것은 은은한 커피향이
내 가슴으로 퍼져가는 무늬일 테죠
도화지에 그림이 하나씩 채워질 때마다
당신의 미소는
햇살에 비친 서리꽃처럼 반짝거릴 테죠
나는 공원에 걸터앉아 하얀 눈을 닦아요
눈에 찍힐 당신의 발자국을 기다려요
높은 곳에서는 구름이
여전히 눈물을 짜내고 있어요.
아침에 눈을 뜨니 눈이 소복이 쌓였습니다. 집 앞 공원에서 아이들이 눈 사람을 만들고 있더군요. 몇 개의 눈이 모이고 또 사람들도 하나둘씩 모며 들었습니다. 눈이 구른 자리에는 길이 하나씩 만들어졌습니다. 몇 개의 사랑도 만들어지고요. 아이를 실은 눈썰매가 비탈진 길에서 오고 갔습니다.
눈은 사람들에게 재료가 되었습니다. 행복을 만드는 재료 말이죠. 나는 몸이 굳어서 바깥으로 나가지 못했지만, 마음엔 순수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 마음을 내리는 눈에 보탰습니다.
눈이 오면 마음이 포근해진다고 하네요. 바깥 날씨도 제법 포근해서 내 마음의 온도와 그리 차이는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눈은 녹아서 사라질 테지만, 따뜻함은 마음속에 남아있을 겁니다. 그리운 사람의 기억과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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