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

기대고 싶던 하루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소심


기대고 싶던 하루가
소리없이 저뭅니다

뒤처진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거리가 뜸해진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진탕 혼나고 울고 싶은 생각이 들 때
그럴 날이 있잖아요
혼자보다는 둘
위로도 받을 수 있는

그런 날은
어깨가 유난히 처져서
한쪽으로 중심이 기울고 말죠

그러다
무작정 전화번호부를 뒤져요
흔하디흔한 톡 같은 거 말고요
낡은 방식을 이용하는 거죠

목록을 뒤적거리다
툭툭 화면을 건드려 보거나
누군가의 프로필 사진을
몰래 쳐다보기도 합니다

당장 말을 건네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요
그리고 전화를 해볼까 망설이다
살짝 용기를 내보는 거죠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나와 술 한 잔 할 수 있나요
지금 말이에요
내가 지금 갈게요
이런 말은 내가 못할 테죠
나는 소심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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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해왔었다고 믿었는데

따가운 말 한마디에 무너지는 날이 있다.


온갖 쓴소리도 한 쪽으로 흘려버리려 노력했고

정신적으로 힘들어도 그럭저럭 잘 버텨왔었노라 자신했는데

사람의 근본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소심하고 연약하다.


오늘 같은 날은 이유도 묻지 않고 위로만 안겨주는 사람이 보고 싶다.

그리고 술에 취해 다 잊고 싶다.

나는 소주 한 잔 마실 수 없는 약한 사람이다.

나는 그것이 더 괴롭다.


내일은 새사람으로 태어나서

다 잊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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