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보고파

"바다 보고파" 말기환자 소원 풀어준 구급대원의 이야기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바다 보고파


구름을 타고 실려와도 좋았습니다

바람에 두 팔을 얹혀 날아와도 좋았습니다

낯선 손에 이끌려 거저 와도 좋았습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어도 그냥 좋았습니다

흰 물감으로 그려진 창문

그 사각형 속에 영원히 갇혀서

폐기물 보관소로 옮겨질 날을 기다리는 것보다

숨에 세찬 해일이 밀어닥치더라도

바람 한 번 시원하게 맞아보거나

백사장에 앉아 생을 놓아 보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바다를 본다는 건

그리고 멀리 수평선 너머의 생명력을 느낀다는 건

죽어가는 슬픔에 꽃을 자라나게 하는 것입니다

그 꽃은 바다에서도 잘 자랍니다

나는 새로운 습관을 갖습니다

이를테면

바다 밑에 가라앉은

고대의 대륙을 육지로 떠올리는 생각

전생에 내가 지은 죄목들을

바위 위에 흰 글자로 새기는 생각

내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갈매기에게

음식을 남겨주는 생각 말입니다

그것은 통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일이고

잊어버리려 하는 미래의 나를 기리는 습관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바다에 있어서 좋다는 생각보다

지금 당신과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SNS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기사를 읽고 감동을 받아 작은 시 한 편을 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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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사는 것이 힘들다고 매일 저녁 쓴소리를 내뱉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언제든지 집 앞 공원이라도 뛰쳐나가 그곳에서 낙엽이라도 쓸며 투정을 부리거나 시간을 아무렇게 소비할 수 있는데, 나에게 여유로운 이 시간이 누군가에겐 얼마나 아쉬운 시간이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왔습니다.

시를 쓰며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저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UPanGPw1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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