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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Dec 24. 2017

경직된 업무 환경은 창의적인 생각을 가로막는다.

월요일 이른 아침 기술 세미나

한 달에 한 번씩 이른 아침에 기술 세미나가 진행된다. 회사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내용을 전 직원들에게 공지하기도 하고 개발된 신제품의 사용법을 설명하기도 하고, 직원들과 제품에 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차원으로 세미나가 열린다. 

한 달에 한 번, 일상다반사와 같은 행사로 내 몸에 굳어지긴 했지만, 출근하기 싫은 월요일 아침에 참석한다는 거 자체가 또 다른 형태의 회의 또는 업무의 연장선이 된다. 회사의 오래된 전통이라고는 하나 피곤함을 업무로 포장할 수는 없다. 그것 때문에 직원들에게는 세미나가 기피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날의 세미나도 그러했다. 아침부터 졸리기도 하고 시간도 여간 잘 흐르지 않아서 튀어나오는 하품을 참을 수 없는, 그렇다고 대놓고 세미나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기도 좀 애매한 시간 또는 분위기였다. 평소, 회의실이 넓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직원의 숫자가 부쩍 늘어서 일까, 공간이 평소보다 비좁게 느껴지기도 하고 필요 이상으로 난방을 해서 그런 건지, 몸에 열이 올라서 좀 답답한 느낌도 들었다.

졸음이 올라서 현실과 공상 사이를 더듬을 때였다. 간식거리로 빵을 사들고 누군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상황이 재밌던 것은, 회의 내용보다 다들 빵을 반겨 하더라는 눈치였다. 심각한 분위기를 지속시키느라 다들 굳은 표정으로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의 이목을 엉뚱한 곳으로 쏠리게 했던 것이 주먹만 한 빵 한 조각이라니, 나는 그 광경이 그렇게 우스워서 팽팽했던 끈 하나가 틱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회의 분위기가 항상 딱딱해야 한다는 생각도 고정관념이다. 경직된 업무 환경은 창의적인 생각을 가로막는다. 넓게 보고 깊게 생각하려면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데, 그런 것들은 억지로 강요한다고 하여 생기는 것은 아니다. 별것도 아닌 빵 하나가 공기를 유들유들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보았다. 긴장감이 풀림과 동시에 직원들의 얼굴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딱딱하게 힘이 들어가 있던 표정이 부드럽게 펴지자 옆 사람과 인사말을 나누기도 하는 모습도 보였다. 



비닐봉지를 뜯기 위해 눈치를 보느라 머뭇거리는 소리, 시부적거리며 빵을 뜯는 소리, 꿀꺽하고 목구멍 속으로 빵 부스러기가 넘어가는 소리, 빵이 던지는 소음 때문에 통 회의 내용에 집중할 수 없었다. 내 눈앞에 놓인 빵 봉지를 쳐다봤다. 이것을 당장 뜯어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방황의 시간이 찾아왔다. 보관했다가 점심시간에 밥 대신 이걸 먹으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다.

나는 그 순간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안살림 하느라 바쁜 아내의 일상이, 나에게 늘 좋은 음식을 먼저 권했던 아내의 배려심이, 좋은 음식과 좋은 구경은 늘 하고 다니는 나의 호사스러운 일상이 아내의 소박한 시간과 겹쳐졌다. 나는 직장의 스트레스를 늘 계급처럼 달고 나니며 그것을 아내에게 늘어놓느라 바쁜 남편이었다. 아내는 그런 나의 투정을 늘 받아주느라 바빴다. 

나는 빵 한 조각을 삼킬 수 없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서 배가 부르다는 말 한마디를 동료에게 하고, 그것을 아내에게 배달해주기로 결심했다. 물론 옆자리 동료가 시식을 한번 해보라고 빵 한 조각을 권해서 그런 결정을 한 것은 아니었다. 예상대로 빵의 맛은 일품이었다. 시험에 들긴 했지만, 몇 천 원의 값어치도 되지 않는 사소한 배려가 아내에게 기쁨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주지 않을까라는 작은 기대가 앞서갔다.

나는 빵 한 조각을 내 책상 위에 하루 종일 올려놓았다. 가끔 배가 고파서 저걸 먹어버릴까, 유혹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잘 버텨냈다. 아내의 미소가 하루 내내 나와 함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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