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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Dec 30. 2017

새해에는 계획을 breakdown 해보자.

작심삼일이 문제가 아니다.

새해에는 계획을 breakdown 해보자.


마감 임박


  마감해야 할 날짜가 임박했어요. 한 주, 한 달, 그리고 한 해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감각이 무디어지는데 그중에서도 먼저 닳아지는 것은 날짜를 의식하는 감정입니다. 흘러가는 것을 지켜볼 뿐 그 무엇도 하지 않는 무기력한 증상에 빠져 계획했던 것도 조금씩 잊고 있습니다.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하자고 미뤄 둡니다. 배울 거리, 만날 사람, 자신과의 약속을 살다 보니 바쁘다며 잊습니다. 이를테면 올해에는 술도 좀 줄이고 담배도 끊고 그 돈을 절약하여 해외로 여행도 떠나자는 흔한 약속 말입니다. 나아가서는 소비 습관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저축에 더 많은 신경을 써 올해는 꼭 소원했던 것을 장만하자는 약속도 있습니다. 무수한 계획들 그리고 무너진 실천들이 보입니다.




건강 검진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다짐은 다이어트, 자기계발, 재테크, 금연 등이라고 하네요.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다이어트를 보니 누구나 건강하고 싶다는 소망을 알 수 있습니다. 저도 가족과 건강하게 오래도록 살고 싶습니다. 좋은 글도 많이 쓰면서 말입니다.

  직장인 중, 저와 같은 사무직 직종 - 프로그래머 - 의 업무자들은 2년에 한 번씩 의료보험에서 주최하는 건강검진을 받도록 되어있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가더군요. 분명 팔뚝에 꽂았던 주삿바늘의 섬뜩한 느낌이 어제 같은데 2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그래요 뭐 지금은 회사일도 바쁘고 아직 시간도 충분히 남아있으니 나중에 받으면 되죠. 뭐 급할 거 있습니까. 주변에 널린 게 병원이고 하루 1시간 내외만 투자하면 금방 끝나는 일인 걸요. 

  몇 개월 지나니 경영지원 팀에서 물어봅니다. 검진받았냐고 말입니다. 네 물론 아직 안 받았지요. 좀 천천히 받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직도 반년이나 남았네요. 따끔하던 기억이 아직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통증이 아직 가라앉지 않았으니 시간을 좀 더 줬으면 좋으련만, 제때 받지 않으면 회사나 개인에게 불이익이 돌아간다고 경고를 하네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용자(회사)는 노동자에게 건강진단을 받게 해야 하고, 노동자 역시 이를 지켜야 한다. 사무직인 경우 2년에 한 번씩, 비사무직은 해마다 검진을 받아야 한다."
출처 : http://www.huffingtonpost.kr/2017/01/19/story_n_14263070.html


  네. 12월까지 검진을 받지 않으면 노동자와 기업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합니다. 아무리 작은 금액이라도 회사에 불이익이 돌아가면 인사고과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확률이 높을 테니 제때에 검사를 받는 게 좋겠습니다. 12월이 닥치고 마지막 주가 다가오니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부랴부랴 병원에 전화를 걸어보는데 직장 주변의 병원들은 예약이 끝났다고 합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진작 챙겨둘 걸 후회를 해도 방법이 없습니다. 

  이곳저곳에 전화를 걸어보니 다행히 건강검진을 전담으로 하는 병원이 있습니다. 기본 검사는 굳이 예약을 하지 않아도 아무 때나 오면 된답니다. 12월도 며칠 남지 않은 어느 날, 업무를 일찍 마치고 병원을 찾았습니다. 저와 비슷한 사람이 많더군요. 그들도 저처럼 모두 지각생이었습니다. 허무한 것은 건강검진을 마무리하고 보니 단 몇 십분 만에 모든 검사가 종료된 사실이었습니다. 



허무한 감정


  2년마다 오는 행사, 1년 중 아무 때나 받으면 되는 이벤트, 미루고 미룬 끝에 저에게 남은 것은 허탈한 감정이었습니다. 바늘 끝의 뾰족한 두려움도 별거 아니었고, 출혈이 있을지도 모르니 잘 문지르라는 간호사의 말 덕분에 아픔도 금방 잊혔습니다. 미리 챙겨두라고 할 때 끝내버렸으면 일 년 동안 근심하지 않아도 되고, 언제 해야 할까 반복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일도 없었을 텐데, 왜 이렇게 자꾸 내일로 또 내일로 연기만 하는 삶을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연초면 떠들었던 그 많은 약속들, 자신과의 다짐들은 어디로 가버렸을까요? 늘 계획을 세워도 그 다짐의 유효기간이 기껏 삼일도 넘지 못하는지 모르겠어요. 피곤해서일까요? 지금 당장 실천하기에는 아쉬우니 조금 게으르게라도 살아보자는 미련한 마음 때문일까요. 내년에도 또 새로운 계획이 차곡차곡 세워지겠죠. 또 그것들은 직장의 일과 같은 현실적인 것들에 우선순위가 밀릴 테고 무너지는 마음은 여전하겠죠. 물론 건강 검진은 아무것도 아니겠죠. 여러분은 어떤 것들을 미루며 살고 계시나요? 저처럼 건강인 가요? 배움에 대한 갈증인가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인가요?



실천을 breakdown 하자.


  나중으로 돌리며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실천할 것들을 너무 무리하게 세우지 말고, 바로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간단한 것부터 당장 해보도록 유도하는 거죠. 큰 계획들을 세워놓는 것도 물론 좋아요. 그걸 작은 단계로 나누어야 더 효과적입니다. 그걸 breakdown 한다고 말하는데요. breakdown의 첫 번째 뜻은 '고장 나다'이지만, 다른 뜻으로는 '분해하다, 분할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 - 마인드맵 - 같은 것을 이용해서 계획들을 잘게 세분화하는 겁니다. 분해하다 보면 모호한 것들이 구체적인 것들로 정리가 됩니다. 나눌 수 없는 단계까지 하위로 내려갔을 때, 그 조각부터 실천을 하는 겁니다. 그것을 습관으로 만들면 작심삼일이 문제가 아니라 몇 날 며칠이라도 꾸준하게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당장 실천이 필요할 때입니다. 물론 다이어트도 빼놓을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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