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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an 22. 2018

까만

당신이 없는

까만 밤에 나는 무엇을 노래 할까요 
당신이 서 있던 테라스는 슬픈 미소를 짓고 있는데 
나는 밤 하늘에서 당신의 입술을 그리다
포도주 한 잔을 흘러가는 유성에 띄워 봅니다 

내 귀는 멀어서  
종달새들이 속삭이던 나뭇가지 사이의 떨림도 옅기만 하고 
내 눈은 멀어서  
먼 바닷가에서 출렁이는 갈매기의 날갯짓도 흐릿하기만 합니다 

과거는 내 것이 아니라는 오래된 노인의 가르침도 
내 마음을 당신이 없는 곳으로 돌릴 수 없어서
소용돌이처럼 내 사랑은 어딘가에 걸려있다 쓸려가고 있습니다 

쓸쓸한 말투를 던져봅니다 
당신은 스쳐가는 순간들을 붙들고 싶어 했습니다 
나뭇잎이 바람에 고개를 떨구는 순간도 
상실 때문이라며 아픈 눈물을 흘렸습니다

오늘 밤에 아픈 마음은 곁에 없습니다 
나는 길목 끝에서 들려오는 바람의 눈물에 
귀를 기울입니다 

노래 자락에 실려있는 당신의 몇 마디를 수선하다 
하얀 바람이 같이 실려오는 걸 멍하게 바라보고 
깨어나지 못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날의 똑같은 형상을 상상합니다 

당신을 사랑했던 날은 몇 해나 되었을까요
온몸을 당해 당신을 위해 흐느꼈던 날은 몇 달이었을까요 
당신을 기다리며 하늘을 바라보았던 날은 며칠이었을까요
그 시간은 나에게서 멀리 달아나 빈 그림자만 띄웁니다 

빈 잔에 눈물을 따라 
흐르지 않은 입술과 입술은 하늘에 닿습니다 
무엇을 기념하려 하는 걸까요
그렇게 하면 취했던 날이 살아서 나타날까요
오늘 같은 밤이 깊은 날이면 어둠에 취해서
테라스에 물든 당신을 생각하다 잠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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