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핀 마이크
얼마 전 '핀 마이크'라는 물건을 샀다. 아내 찬스를 써서 구매한 아이템이었다. 구매하기 전에 공부부터 먼저 해야 했다. 가격대는 천차만별이었고, 브랜드도 성능도 너무나 복잡해서 어떤 물건이 나에게 맞는지 도통 알 수 없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었다. 비싼 물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작할 때 가벼워야 몸과 마음도 쉽게 움직여줄 테니.
어쨌든 이 요긴한 물건은 앞으로 여러 분야에 활용될 예정이다. 글쓰기 합평 수업용으로, 강의시 녹음용으로, 유튜브 영상 제작용으로.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서 활약할 것이다.
현재 전업 작가도 아니고 글쓰기 자체가 돈도 안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써서 돈을 벌어보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1도 없다. 현재도 그렇다. 다만 글이 내가 크리에이터가 되는 중요한 기초가 되어줄 거라는 기대감이 있기는 하다. 글은 나에게 하나의 시험대이자 관문인 셈이다. 뛰어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단계를 넘을 수 있다면 다른 세계도 충분히 넘볼 수 있는, 그런 중간계에 놓인 세계라 할 수 있겠다.
글은 말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진다. 글과 말은 서로 단절이 된 것이 아니다. 두 가지는 모두 생각이라는 가지에서 뻗어 나왔으니 말이다. 단지 표현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기술이 다를 뿐, 어느 한 가지에 익숙해진다면, 다른 것에도 숙달하게 되는 원리라고 할까. 말은 소리라는 수단으로 타인에게 전파된다. 말의 주체는 내가 되기도 하지만 타인이 되기도 한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본다면, 나에게 필요한 것은 목소리를 보다 명료하게 정제하는 것이다. 콘텐츠는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에게 전달이 된다. 활자라는 수단이 작가에게 기본이겠지만, 더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작가의 주장이 전달될 수 있다면 가용할 수 있는 매체들을 모두 활용하고픈 욕심이 있다. 내가 구입한 마이크가 선봉에 선다. 타인에게 보다 더 잘 들릴 수 있도록, 내 목소리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도록 장치가 어떤 역할을 하는 셈이다.
블로그에 기록된 인사말처럼 낮에는 컴퓨터의 언어를 쓰는 직장인으로, 밤에는 사람의 언어를 다루는 작가로 삶을 살고 있다. 보잘것없는 마이크 하나가 두려워하고 움직이지 않으려 하는 마음을 건드리는 트리거가 되었으면 한다. 내 목소리가 타인들에게 더 많이 더 명료하게 전파되기를. 무엇보다 내 목소리가 누군가의 마음 깊은 곳을 울렸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보면서, 글과 말의 전문가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구입한 마이크로 음성을 시험삼아 녹음해보았습니다.
https://drive.google.com/file/d/1Fm1Z310Qz6c9jLuEmBPz8_yTZeROFrNf/view?usp=sha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