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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ul 29. 2018

단톡방에서의 한바탕 소란

feat. 내 삶의 한 컷

 며칠 전 단톡방에서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그 소란이란 것이 물론 전적으로 나의 마음에게만 해당되는 일이기는 했지만. 그 단톡방에는 서로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매일 수다를 떤다. 하루에 한 번, 직접 찍은 사진 한 장씩을 올리는 것이 대원들의 첫 번째 임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올린 사진에 대하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두 번째 목적인 셈인데, 생각보다 유쾌하고 재미있다. 

 근래에 참여한 분이 계셨는데, 말투나 사진을 보아서는 나보다 나이가 젊을 것이라 짐작했다. 어느새 나는 그 모임에서 최고의 연장자가 되어 있었는데 설마 나 이외의 돼지띠가 또 있을 줄이야. 근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이가 고3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한바탕 소란이라고 과장한 것이 바로 이 이야기였다. 예측하고 분석하려는 짓이 얼마나 쓸모없는 일인지,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라는 것이 소용없는 일이란 것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고 할까.

 사진을 올리는 단톡방에는 다양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나는 사진 한 장으로 타인의 삶을 잠시 엿보는 즐거움을 갖는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보는 시선은 모두 개별적이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관도 다르듯, 그들이 창조한 사각형의 세상에는 제법 놀랄만한 이야기도, 누군가의 가슴을 적시는 이야기도,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나처럼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한 청춘의 파란 이야기도, 너무 평범하기에 더 소중한 이야기도 있었다.

 요즘 여러 단톡방에서 이러한 취미활동을 하고 있다. 활동이란 것이 가만히 보면 주로 소담(笑談) 거리들을 주고받는 것이긴 하지만, 행복이란 작고 사소한 것에 있다고 떠드는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될 수 있으면 매일 사진을 찍어서 올린다. 그것에는 다소 부끄럽고 민망할만한 사진도 있지만, 평범한 사진들로 인하여 서로의 경계와 담장이 허물어지는 것을 본다. 수 백, 수천 마디의 대화를 나누고 매일 보며 사는 직장이라는 공간의 만남보다 더 오래 보고 대화를 나누며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그런 것을 보면 인연은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어떤 만남은 나의 실수던 상대방의 오해던 기대했던 것보다 오래가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 관계는 겉으로 보기에 예쁜 접시처럼 보이지만 쉽게 깨지기도 한다. 서로 너무나 좋은 것을 보여주려고 애썼기에 작은 실수에도 너그럽지 않게 되어서 관계가 흐트러지는 건 아닐까. 난 그래서 이런 만남이 좋다. 서로의 민낯조차 너그러워질 수 있는, 일상의 아무런 사진들을 서로 공유하고 소담을 나누는 그런 만남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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