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Aug 03. 2018

'걱정'과 '고민' 사이의 간극

생각에 따라 미래가 바뀐다.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으면 긴장에 빠지고, 침이 바짝 마르며 심장이 급격히 뛰는 증상이 일어난다. ‘준비했던 시나리오대로 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기억했던 것을 까먹으면 어떡하나?’, ‘사람들이 비웃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이런저런 걱정거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걱정은 '안심이 되지 않아 속을 태우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문제는 걱정이 생산하는 신체의 부작용이다. 아랫배가 묵직해지고 편두통도 일어나며 신체에 여러 가지 이상 현상이 일어나는데, 걱정이 깊을수록 증상이 더 악화되어 간다.


 걱정은 두려움을 몰고 온다. 예측하지 못했던 실수를 불러오고 반복했던 기억을 지워버리며 침착함도 잊게 한다. 걱정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보다 일어나지도 않을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의 표출이다. 두려움에 빠지면 보통 사람은 도망칠 궁리부터 한다. 차라리 ‘계단에서 굴러버릴까?’, ‘발표장에 드러누워 버릴까?’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말이다. 하지만, 걱정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에 의하면 걱정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으며 오히려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한 후회가 많다고 한다. 더군다나 4퍼센트 정도는 걱정해도 바꿀 수 없는 일이라고 하니, 걱정이 얼마나 쓸데없는 일인지 우리는 알 수 있다. 걱정에 대한 이런 가사도 있지 않은가.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 중에서


 

 걱정은 사소한 일이며, 과거에 대한 후회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걱정에 휩싸이게 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날에 대한 불안한 감정은 일어나지 않은 사건까지도 미리 걱정하게 하는데, 결과를 아무리 가정해봤자 그 결과 자체도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걱정은 불안한 감정을 반영하는 마음의 거울이다. 걱정을 많이 하면 걱정 전문가만 된다. 걱정하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만 늘어나는 것이다.


 걱정은 또 다른 걱정을 낳고, 자신의 가능성을 걱정이라는 틀에 가둔다. 걱정의 영어 단어인 ‘Worry’를 살펴보자. 그 단어의 어원이 'War'에서 왔다는 주장이 있다. 걱정은 마음의 전쟁이라는 뜻이다. 걱정이 마음에 스트레스라는 벽을 쌓아 건전한 마음이 행동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고민은 마음속으로 괴로워하고 애를 태우는 감정이라고 정의되어 있지만, 감정이 정적인 상태에 머물러두지 않도록 실천한다는 점에서 걱정과 차원이 다르다. 우리는 고민이 생기면 어딘가에 그것을 털어놓기도 한다. 인터넷의 익명 커뮤니티가 좋은 예다. 우리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도 고민이나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도 해결책을 찾는다. 이렇듯 걱정이 내적인 방황에 자신을 매어두는 것이고,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특정 상황을 내다보거나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마음을 애태우는 상황이라면, 고민은 걱정에서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 나서는 적극적인 마음의 활동이다.


 예를 들어, ‘걱정’은 중대한 발표를 앞두고 사람들 앞에서 말을 더듬거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감정이며, ‘고민’은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발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각본을 치밀하게 짜도록 마음을 유도하는 것이며, 예상 질문을 나열해놓고 응수할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또한 걱정은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당일 컨디션이 나빠질까 두려워하고 늦잠을 자서 시험장에 지각할까 봐 두려운 상상을 하지만, 고민은 나쁜 컨디션을 방지하기 위하여 어떻게 체력을 준비해야 하는지 방법을 고민하고 시험장에 늦지 않기 위한 방안을 찾는다.


 인간은 걱정을 떠나서 살 수 없다. 걱정과 불안은 인간이 약육강식의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권력과 부를 쥐고 있는 사람에게는 걱정이 없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인간은 물질적인 계급,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만의 걱정을 달고 산다. 적당한 걱정은 내면을 긴장시킨다는 장점을 지니지만 과도한 걱정은 당신이 삶의 방향타를 잃고 좌초하도록 방치한다.


 세상은 의지와 관계없이 걱정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피엔스가 채집 생활을 하며 걱정 없이 살던 방식에서 벗어나, 한 곳에 정착을 하고 미래의 먹을 것을 비축하면서 인류의 걱정이 고민으로 전환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불확실한 미래, 언제 잘릴지 모르는 직장 등, 미래에 대한 걱정은 행복한 미래를 막는 나쁜 촉매제 역할을 한다.


 걱정으로 내 삶을 채울 것이 아니라 건전한 고민으로 채워보는 게 어떨까? 한 치 앞도 모르는 미래만 걱정하지 말고 그것을 고민으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 고민은 불안한 걱정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상태를 따뜻하게 들여다보자. 마음에 폭력을 가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자신을 과거의 상처에 구속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누구나 마음먹은 대로 생각을 바꿀 수 있다. 걱정 따위의 하찮은 것들을 벗어버릴 수 있다면 삶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도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실천이 우선이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당신이 생각해도 어떤 걱정 때문에 힘들어했는지 별로 기억나는 게 없을 것이다. 걱정이 이렇듯 쓸데없다. 그리고 걱정이 실제로 현실화된 적도 그다지 없다. 걱정거리를 능동적인 고민으로 바꾸면 세상이 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생각에 따라 미래가 바뀌는 경험을 해보자.


 방탄소년단의 노래 <고민보단 GO>라는 노래가 있다. 걱정만 하기엔 우리의 삶이 짧으니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것부터 찾으라는 응원의 가사다. 걱정에서 헤어 나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당장 실천하라는, 인생은 짧으니 당장 무엇이든 도전하라는 가사다. 당신도 가사처럼 고민을 충분히 겪었다. 이제 달릴 일만 남지 않았는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