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Aug 10. 2018

‘돌덩어리’의 강함은 ‘스펀지’의 약함을 이기지 못한다

당신은 어떤 유형의 인간인가?

 ‘스펀지’는 생고무나 합성수지로 해면체처럼 만든 물건으로 탄력이 있고 수분을 빨아들여 다른 물건을 닦는 용도로 쓰인다, 라고 정의한다. 스펀지는 가능성을 지닌 재료다. 무엇이든 흡수할 수 있고 자신과 다른 점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다. 당신은 어떠한 유형의 사람인가? 스펀지처럼 수용성이 있는가? 아니면 돌덩어리처럼 밖으로 튕겨내는 사람인가?


 스펀지처럼 무엇이든 흡수하는 사람이 되는 건 어려운 일일까? 원래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나쁜 점은 고쳐서 내 것으로 만드는, ‘스펀지처럼 탄탄하지만 신축성이 있는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자신의 모양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다른 형태로 얼마든지 변신할 수 있는 스펀지, 타인에게 상처를 받아 마음이 위축되었다가도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뛰어난 스펀지라면 인생을 더 유연하게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애플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스티브 잡스를 빼놓을 수는 없다. 그는 마케팅이나 디자인뿐만 아니라 물류 분야에도 천재였다고 한다. 애플과 넥스트에서 함께 일했던 르윈은 스티브 잡스를 ‘스펀지’ 같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는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지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고 한다. 르윈의 말에 의하면 스티브 잡스는 사물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것의 장점을 자신에게 수용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스티브 잡스가 가장 좋아했던 인물은 화가 피카소였으며, 피카소의 유명한 명언인 베끼는 건 2류고 훔치는 게 1류다, 라는 문장을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사실 스펀지야말로 훔치는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가.


 스펀지의 강점은 포용하는 능력이다. 세상의 장점을 수용하여 자기 것으로 만든다. 그 행동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는 행위이며 다양한 것을 배우면서도 자신의 성향을 지키는 것이다. 스펀지는 비축해 두었던 자원을 모두 소모하여도, 아무 데나 던져 놓아도 모양을 유지한다. 때로는 단점까지 흡수하기 하지만 자신의 근본을 지키기 위하여 불필요한 것을 짜내어 버릴 줄도 안다. 스펀지의 장점은 처음에 가지고 있는 것이 다소 적을지라도, 세상의 장점을 천천히 수용하면서 점차 몸집을 불려 나가는 데 있다. 겉으로는 가볍게 보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갈수록 스펀지의 내공은 쌓여만 간다.



 하지만, 세상엔 스펀지보다 ‘돌덩어리’ 같은 경직된 사람이 더 많다. 그들은 날카롭고 모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바꾸는 것에는 큰 희생이 따를 것이라 미리 판단하고 바꾸려 하지 않는다. 정작 돌덩어리에게 변화가 필요할 때, 제 살이 깎이고 파괴되는 고통을 견디어야 한다는 문제가 따른다. 최악의 상황은 서로 다른 모양의 돌덩어리들끼리 충돌할 때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의 출혈이다.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막대한 손해가 일어나더라도 주장을 절대 굽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견을 굽히는 것이 싸움에서 패배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며, 상대방의 말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거친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기나긴 자존심 싸움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모된다. 같은 배를 탄 회사에서도 조직 간, 개인 간의 이익을 두고 싸움이 벌어진다. 누가 잘났는지 싸우는 통에 회사가 산으로 올라가는 사태도 벌어진다. 이것은 모두가 망하는 지옥행 열차에 동승한 것과 마찬가지다.


 돌덩어리 같은 사람의 유형에는 꼰대가 많다. 꼰대는 자신의 몸이 차갑고 딱딱한 돌덩어리로 변해간다는 것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든지 마음만 먹는다면 스스로를 바꿀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떠들어댄다.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하여 뼈를 깎는 고통 따위는 능히 견디어낼 수 있다고 말이다. 물론 그것이 착각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그러나 변화는 허공에 떠도는 말뿐이다. 돌덩어리 같은 꼰대가 던지는 말은 우습게도 가볍다. 


 오래도록 조각해온 삶의 기저를 바꾼다는 것에는 희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신이 돌덩어리인지 스펀지인지 깨달음이 먼저 필요하다. 돌덩어리는 자신이 스펀지인 줄 착각하며 산다. 하지만 타인의 다양한 의견은 당신의 닫혀 있는 마음과 충돌하고 튕겨 나간다. 자신은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돌덩어리는 그저 돌덩어리일 뿐인 것이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다시 한번 해보자. 당신은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 무엇이든 배워 그것을 자신의 장점으로 흡수하는 사람인가?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쳐내는 인간인가? 자신의 내면을 거울에 한 번 비추어보자. 변화하겠다고 말은 쉽게 하지만 생각이 닫혀 있기만 한 딱딱한 돌덩어리인지, 타인의 의견과 내 생각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자신만의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부드러운 스펀지인지.     



이전 01화 '걱정'과 '고민' 사이의 간극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