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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24. 2018

Desperado

나는 도시의 무법자다.

출근길 풍경은 떠들썩하되 고즈넉하다. 신발과 바닥이 마찰하는 소리는 흡사 집단 군무가 발성하는 아우성 소리다. 지하철 개폐 장치를 통과하면 흥분이 겨우 식는다. 사람들의 등에 밀려 계단 위로 쓸려가는 아침마다 나는 목격자가 된다. 삶의 최전선에서 오직 전진밖에 모르는 무법자의 신분으로 변신하기도. 


무음으로 가득 찬 도시의 전쟁터에서 나는 혼잣말을 내뱉는다. 그것이 무기라도 된 듯이 착각하며. 진한 색깔의 옷으로 내일은 갈아입어야겠다. 당신과 구별되는 밋밋한 아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아니 조금이라도 튀어보고 싶어서. 


아니 벌거숭이로 하루쯤 지내는 것도 좋겠다. 아무 옷이나 걸쳐도 모두 똑같은 눈 웃음만 짓는 당신과 나는 구별 없는 형제이기에. 하릴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침부터 맨몸을 세탁한다. 


나는 무의미 세포의 집합체에 불과하다. 지적인 움직임이란 건 태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본능을 철학이라 믿었던 신도들의 기도, 찍어내듯 지식을 생산하는 체계가 나라는 인간을 창조하고 멸망시키고 다시 환생시킨 것이다.  


믿음은 나를 고양시키지도 굴복시키지도 못한다. 행과 열의 나열 앞에서 내 순서를 계산하려다 그 일이 무용한 일임을 깨닫자 졸음이 밀려들었다. 믿음은 철없고 신뢰는 영혼 없는 육체를 떠받치는 일이다. 두 손으로 삶과 죽음의 무게를 쟀다. 가벼웠다 무거웠다 가늠할 수 없는 당신의 존재감이 거리를 매웠다. 


https://www.youtube.com/watch?v=3-bwXhts8Z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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