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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Dec 02. 2018

시 필사 그리고 글쓰기 모임

박준 시인 - 낙서, 공대생의 심야서재 오프


#시 필사



끓어오르는 욕망을 주체할 수가 없어요. 한번 솟아오르면 그 상태를 관망합니다. 지긋이 살펴보는 거죠. 그러다가도 금세 식어요. 언제 달아올랐는지 기억도 못 할 정도로요. 어디에 열기를 들이부었는지 혼란이 닥치기도 해요. 
 
너무 뜨거운데 차마 건드리지 않을 수 없는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어요. 이게 욕심인가 싶기도 해요. 현실의 세계, 그리고 수평선 끝에 걸쳐있는 세계, 모든 것을 품은 이상향의 바다, 참 아득하고 깊어요.  
 
어린 시절, 연탄아궁이 하나에 온 가족이 하룻밤을 의탁했어요. 지금처럼 첫겨울이 찾아오는 시기가 되면 말이죠. 쓸쓸하면서도 내일이면 나는 사라지고 마는 걸까, 밤이 두렵기도 했죠. 잠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생각이 친구가 됐어요. 무의 세계란 것은 끔찍하면서도 위로가 되었죠. 
 
물론 따뜻한 건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어요. 가끔 외풍에 제정신을 찾기도 했지만요. 잠에서 현실로 회복할 때마다 떠남을 조작했죠.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야겠다, 연탄 한 장 아끼기 위해, 온 식구가 벌벌 떠는 밤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생각. 
 
끝은 과연 어디일까 궁금해요. 시인의 말처럼 나는 무작정 떠나는 사람이 되고 싶었나 봐요. 이유는 없죠. 시작을 찍었으니 끝도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뿐인 거죠. 남해이든 남극이든 문제없죠. 따뜻한 곳은 그곳 나름대로 추운 곳은 따뜻함을 떠올리게 하니까요. 나를 이제 심해에서 건져 올려야겠어요. 오랫동안 감추어져 있었으니 수면 위로 떠올라도 문제없겠다 싶어요.
 
며칠 동안 열병을 앓았어요. 저녁 무렵이면 머리가 비워진 것 같았죠. 화면에 여백만 가득했어요. 무의 상태였다면 차라리 마음이라도 비웠겠죠. 근데 그 열병이 반갑네요. 욕망이 본색을 드러내서 이제 그와 대면할 수 있겠어요.
 
박준 시인처럼 무작정 떠나야겠어요. 현실은 힘들더라도 글에서만큼은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는 거죠. 머리가 변색된 젊은 아저씨든, 그리움을 잊지 못해 사는 늙은 청년이든, 모두 데리고 말이죠.

#글쓰기 모임

"공대생의 심야서재" 두 번째 오프를 진행했어요. 연말을 맞아서 나름 큰 행사를 가진 셈이었죠. 오후 2시에 만나서 밤 10시가 넘을 때까지 이야기를 풀었어요. 각자 마음속에 큼지막한 것들을 품고 오셨더라고요. 카페에서 모임 장소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나눴어요. 묵힌 것들을, 신비한 세계들을요. 수다쟁이처럼.

모임은 반짝반짝 빛이 났어요. 어떤 분은 속에 감춰진 비밀스러운 시절을 풀어놓으셨죠. 이야기는 살아서 누군가에게 전염이 되나 봐요. 아픈 것은 덜어내고 좋은 것은 보태는. 어떤 분은 꿈을 그리셨어요. 별을 그리듯 하나하나 마음에 쌓다 보면 언젠가 동경하는 미래가 현실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죠. 그 시간이 뜨거웠던 건 함께 했다는 자체도 컸지만, 공감이 더 큰 부피를 차지했다는 거였죠. 아, 말로는 관측할 수 없는 세계, 신비함, 온기, 묘함 들이 가득했죠. 

어떤 사람들은 에너지를 빼앗아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에너지를 채워주죠. 모임에서 만나 글을 쓰는 분들은 늘 부족한 것들을 찾아주고 계시네요. 차가워지면 다시 따뜻함을 회복하는 시간이었어요. 낮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나누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함께요. 

다음 만남을 다시 기다립니다.

사진과 영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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