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Apr 21. 2019

"내 감정의 주인은 나" 모임 오픈

너에게 묻는다 : 오늘 행복해?

통신사 재약정 때문에 고객 센터와 통화한 적이 있었죠. 약정 기간과 할인 금액에 대한 일상적인 말들을 주고받았어요. 벚꽃 만개로 시작된 상담원의 따뜻한 인사가 기억에 남아요. 워낙 친절하라고 교육받은 사람들이잖아요. 매뉴얼에 따라 행동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음성에 진심이 담겨있다고 느껴지더군요. 감정 강요가 아니라 말이죠. 통화 말미에 친절하게 안내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어요. 상담원은 제가 늘어놓은 말에 '감격스럽다'며 통화 끊고 문자까지 보내주셨어요. 감사하다는 말, 가벼우면서도 무겁다는 걸 깨달았죠.


감정이란 단어를 생각했어요. 이 단어가 사람을 즐겁게도 슬프게도, 편안하게도 분노하게도 만들죠. 묘하게도 저는 감정을 생각하면 '감정 노동자'와 같은 부정적인 문장을 선택하게 되더군요. 그만큼 누군가에게 억눌려 산다는 걸 반증하는 거죠. 억지웃음(쓴웃음)이라도 지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오네요. 감정이 태어나는 진앙지는 사람 간의 관계가 벌어지는 직장, 학교, 가정이겠죠. 사람이 있는 곳엔 감정이 공존한다고 봐야 하겠죠.


문화 센터 글쓰기 수업 때, 감정을 표현하는 훈련을 시도했어요. 감정 카드 80 여장을 책상 위에 섞어 놓고 어제의 내 감정, 오늘의 내 감정을 뜻하는 단어 카드를 선택하도록 유도했어요. 카드를 고른 이유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었죠. 감정 카드 한 장 고르는 것이 글쓰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질문을 하실 수도 있어요. 내 감정과 솔직하게 직면할 자신이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었어요. 감정을 대한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하잖아요. 남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평화', '기쁨'을 뜻하는 단어들만 고르면 좋겠지만, '억울', '짜증', '분노'와 같은 단어가 선택을 기다리죠. 현실에 늘 행복한 일만 존재하지 않듯이 말이죠.


말을 술술 하게 된다면 글도 잘 쓰게 될지도 몰라요. 그래서 수업 때 감정 카드를 도입했죠. 감정을 담아두지 말고 세상에 배설하라는 의견도 있어요. 공부를 하다 보니 감정을 외부로 표현하는 방법보다 글로 서술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네요. 어차피 그 나쁜 감정도 다른 사람에게 향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죠. 글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다 보면 절제의 감각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찾아올 때마다 원인은 무엇이고 어떤 영향을 내면에 미치는지 글로 차분히 서술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글에 자신의 감정이 투영되며 나도 모르게 내면과 분리되는 경험을 갖게 됩니다.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죠.


우리는 살면서 많은 감정들을 경험한다. 유쾌한 감정도 있지만, 불쾌한 감정도 있다. 분노, 우울, 불안 같은 부정적 감정들을 느끼는 것은 힘들고 때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회피나 무시, 억압 등의 방법으로 내 감정을 내가 모르는 체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그 감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감정은 느끼고 표현되지 않으면 절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해소되지 않은 감정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 쌓여 호시탐탐 밖으로 나올 기회를 엿보거나, 제발 자기를 알아달라고 떼를 쓴다

- 김용태 <가짜 감정> 중에서



글쓰기는 수많은 형태의 감정과 마주하도록 유도하죠. 불편한 감정과 맞서야 한다는 걸 상기시켜요. 비겁하게 도망가지 말라고 하죠. 허물을 드러내라고, 글 속에 숨지 말라며 어깨를 두드리죠. 글쓰기 전에 저는 무표정한 사람이었어요. 약한 감정을 들키기 싫었죠. 제 약점이 드러나는 것이 싫었던 거죠. 말하자면 저는 바닥으로 추락하는 경험을 하기 싫었던 겁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저를 버렸죠. '내 던지라고' 결단을 원하네요. 글이 그 길로 인도해요. 한 번 바닥을 경험하니 반대쪽 감정도 얼핏 이해하겠더라고요. 반대의 세계는 동경만 했지, 제가 넘을 수 없는 벽 저 너머에 있다고 여겼거든요. 글을 쓰면서 감정을 제법 다룰 수 있게 되었죠. 감정 표현하는 훈련을 하니 제 상태를 이해한 거죠. 이해하니 위로도 할 수 있겠더라고요. 내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위로든 치유든 하겠어요. 위로는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거죠. 


어떤 감정이든 그것을 제대로 느낄 줄 알아야 감당도 할 수 있어요. 버리든지 갖고 가든지 선별할 능력도 생긴다는 얘기죠. 감정을 이제 제대로 느끼고 표현해봐요. 우리에겐 '대나무 숲'이 필요할지도 몰라요. 억눌린 감정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 숨겨 놓은 감정을 툴툴 털어버릴 수 있는 '익명의 공간'에서 감정을 풀어봐요. 감정의 주인이 되어보는 건 어때요?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요.



'내 감정의 주인은 나'라는 모임을 하나 만들어 보려고 해요. 모임의 원칙은 간단해요. 일주일에 두 번 이상, 200자 이내의 감정 일기를 씁니다. 제가 드리는 '감정 카드'를 보고 현재 나의 상태에 맞는 카드 하나를 고르는 거예요. 그리고 그 느낌을 200자로 적어보는 거죠. 뭐 100자가 되어도 괜찮아요. 지금 풀지 않으면 못 배길 것 같은 순간을 글로 써보는 거예요. 단 200자, 라는 작은 그릇으로 말이죠.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나의 행복 상태를 점검합니다. 공대생의 심야서재가 설문지를 드릴 거예요. 'Oxford Happiness Questionnaire'에서 제시한 29문항의 행복 질문 중에서 7가지를 선별했어요.


1. 나의 존재 자체로 만족스럽다. (만족)
2. 나의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 (가치)
3. 나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미래)
4. 나는 내 삶을 통제한다. (통제)
5. 나는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지낸다. (관계)
6. 나는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 (영향력)
7. 나는 건강하다. (건강)


위 7가지 문항의 질문에 답하실 거예요. 질문에 답하시면 '공대생의 심야서재 AI'가 자동으로 현재 행복 상태를 계산하여 이메일로 보내드릴 거예요. 제가 글 쓰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명색이 개발자거든요. 스크트를 좀 건드려 봤죠. 8주 동안 행복 상태를 점검하시고 값의 변화를 지켜보시면 내 감정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관찰하실 수 있을 거예요.


참여 방법을 다시 설명드릴게요.


* 이 모든 건 익명으로 진행합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으로 진행해요. 모임은 8주 동안 진행합니다.


모임의 운영 방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감정에 관한 책을 8주 동안 같이 읽어요.

선정 도서는 김용태 작가의 <가짜 감정>입니다. 그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정이 없다면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 없는 인생은 상상하기 어렵다. 사랑뿐 아니다. 음악, 미술, 문학 등 모든 예술 활동은 인간의 감정을 통해서 전달된다. 집을 사고 행복해하고, 회사에 입사해서 기뻐하고, 아이를 출산하고 기뻐하는 것, 상대방에게 실수해서 미안해하고, 수줍어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해 괴로워하는 것. 인간에게 감정이 없다면 얼마나 세상살이가 재미없을지 모른다. 우리가 인간인 까닭은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같이 읽고 느낌 나눠봐요.


2. 오픈 채팅방에 조인합니다. (익명으로 진행, 신청한 분에게 알려드립니다.)


3. 일주일에 2회 이상 감정 일기를 씁니다.(200자 이내)

    - 오늘 내 감정은 어떤 상태일까? (먼저 내 감정을 가만히 봅니다. 감정 카드 참조)

    - 감정 상태를 설명하는 카드 한 장을 고릅니다. (예를 들어 슬픔 카테고리의 괴로움, 그리움과 같은)

    - 왜 그 감정을 선택했는지 이유를 써 봅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단 한방에 써 내려가야 합니다.)

    - 오픈 채팅방에 일기를 공유합니다.

    - 사람들과 내 감정 상태를 나눕니다.

    - 위로와 공감을 서로 주고받습니다.

    - 나와 내 감정을 분리합니다.


4. 매주 1회, 자신의 행복 지수를 체크합니다. (설문 제공, 8주 후 개인별로 행복 지수 변화 그래프를 보내드립니다)


5. 8주 차에 <가짜 감정> 읽고 독후감 쓰기


6. 모임에 성실히 임한 분은 다음 기수에 무료로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80% 이상 참여)


http://bit.ly/2ZpWgfa


매거진의 이전글 시필사 모임 3기 종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