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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ul 04. 2019

내 눈을 뜨게 한 소리

백수의 아무말 대잔치

끝끝내 밤을 이겨내지 못했다. 더위도 아닌 잠에 굴복하다니 나는 침대 위에 쓰러지면서도 분한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밤도 나도 잠시 조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조금 하고 눈을 감았다. 내일은 집에서 긴 하루를 보냈으면.


내 눈을 뜨게 한 것은 아파트 어디선가 들리는 플룻의 소리였다. 물론 그것은 플룻의 아침이라 여길 만큼도 아닌, 귀에 듣기 좋은 연주라 인정하고 싶지도 않은, 그저 그런 소리였다. 내 감응은 일어나지 못했다. 그 소리란 것은 공기 중에 부유하는 먼지 정도에 불과했다. 도와 레 또는 라, 어디선가 방황을 잃고만 불협화음 같은.


끌로드 볼링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짜증과 잠을 잠시 밀어내고 무의식적인 생각을 더듬었다. 몇 장 남아있지 않은 먼지 가득한 잿더미 속에 제대로 된 연주가 숨어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며. 


나는 오래된 박스 속으로 손을 뻗어 CD 몇 장을 들척거렸다. 누군가에게 선물 받았던 걸까. 뮤직랜드에서 직접 골랐던 걸까. 분명히 기억나는 것은 내가 헤드폰을 썼다는 사실. 한 동안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사실이었다. 참 오래되고 낡은 기억.


아무리 머릿속을 헤집어도 기억은 건져 올리지 못했다. 깊고 검고 바닥뿐인 세상에서 기어 다닐 기억에게 묵념이라도 해야 했을까.


겨우 음반은 찾았으나 이걸 들으려면 적잖은 에너지의 소모가 필요했다. 여러 디지털 기기의 손을 거쳐야 했다. 세월의 냄새가 뭍은 스피커가 과연 잠든 내 감응을 깨울 수 있을까. 나는 반신반의했으므로 마음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음에 의탁했다.


잠은 잠시 거리를 두었다. 2미터쯤 떨어져 있다 환기시키기도. 공중에서 입체적인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나는 의자에도 앉지 않고 바닥에 앉아있거나 서 있기도 했다. 머리가 맑아졌다고 생각했을 때, 하루는 반을 넘기고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Wn85KBmB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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