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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ul 05. 2019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

백수의 아무말 대잔치

일 해야 한다. 

놀아야 한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심지어는 나를 무인도로 유배 보내고 싶다. 그곳에서 서양의 물을 먹은 '윌슨' - 캐스트 어웨이에 등장한 배구공 윌슨 - 과 나란히 누워 시라도 읊조리고 싶다. 그 이야기의 대부분은 독백으로 시작하고 독백으로 끝날 테지만.


말하자면 나는 혼자 서는 무대에서 주연과 조연을 모두 맡는 거다. 서서히 식고 서서히 달아오르는, 주목받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부끄러움조차 길게 떳떳해질 수 있는, 모든 걸 덮어버리는 존재로. 


청록색 바다와 무의미의 섬 한가운데서 나는 시간을 타이른다. 객석이 비어도, 박수 소리가 끊어져도 문제없다. 심지어는 내가 사라져도 문제없다고. 질문도 답도 없는 공간에서 같이 고독에 잠들면 그뿐이라고 바다에 외친다. 하늘은 답이 없이 너울거릴 뿐이다. 



나는 이런 공상이나 하면서 출근 지하철에 머무는 사람이었다. 생각에 빠질수록 환승역은 더 멀어졌고, 나는 더 예민한 생각으로 갈아탔다. 머릿속은 불편하고 예측할 수 없는 미지수들로 채워졌고 나는 하나씩 그것들을 해결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시분할 장치가 치밀하게 움직였다. 생각이 서로 부딪히고 깨졌지만, 내 일상까지 교란시키지는 못했다. 나는 내려야 할 역을 쉽게 찾았고 버스 환승 위치에 본능적으로 도달했다. 완벽했다. 시간은 정교하게 작동했다.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앞에서 걸어갔다. 나는 조금 떨어져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인생에서 아쉽지 않은 시간이 어디 있을까. 균형을 찾자 탁해지려는 생각이 맑게 변하기 시작했다. 버스에 탔고 빈자리에 앉았다. 머리 위로 시원한 바람이 쏟아졌다.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아마도 1분쯤 흐른 것 같았다.


Alan Silvestri - Cast Away Theme

https://www.youtube.com/watch?v=girCC_jyEC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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