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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Aug 01. 2019

완벽한 하루를 찾고 싶다

감정 일기 4일차

아침부터 큰 비가 창밖에서 아주 소란스럽게 퍼붓더군요. 11시 약속을 미루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귀찮음만 한가득이었어요. 하지만 그럴 순 없죠. 약속이잖아요. 하루에 우리는 많은 시간을 타인에게 의탁하며 살죠. 당신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타인과 교환하시나요? 우리는 약속을 화폐처럼 교환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인생이란 건 스스로 선택하고 또 행동하고 마지막에 책임지는 원리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린 타인에게 계속 영향을 받고 살아요. 분명 혼자 떠들어 보겠다고 나선 무대인데, 객석엔 사람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어요. 그럼에도 누군가 나를 감시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서 살아요. 그게 약속이었는진 모르겠어요. 강한 빗줄기를 보며 갑자기 무의미한 생각을 했어요.


갑자기 맨몸으로 밖으로 뛰쳐나가서 걷고 싶었어요. 어디든 실컷 비를 맞을 수 있다면 상관없었죠. 빗방울이 피부를 세차게 때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 순간에 그랬으면 좋겠다고 마음이 결정을 해버렸으니까요. 그렇게 하면 정신을 잠시라도 차릴 수 있지 않을까, 이 가짜일지도 모르는 인생에서 벗어나 참된 인생으로 살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거죠. 물론 저는 그 바람대로 실행할 수 없었어요. 그럴 용기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지도 금세 사라졌거든요. 생각이란 건 이유도 없이 찾아와서 내 머릿속을 온통 들 쑤셔 놓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개인 날씨처럼 사라져 버리죠. 


창밖의 시간도 내가 지금 느리게 행동하는 시간도 모두 지나가겠죠. 먼 훗날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가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이 순간 찾아온 본능에 충실해야겠죠. 삶이란 각자가 판단하는 것만큼 보람스럽지도 않고 실망스럽지도 않아요. 얼마나 욕망을 모른척하고 사느냐의 문제 같아요. 먹이를 덥석덥석 물어대는 아기새의 순수함처럼 우리는 마음의 저장고에 무언가를 계속 쌓아두고 살지만요.


시간은 흐르죠. 바쁜 걸음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을 때, 시간이 과거에서 현재로 이동했다는 걸 감지해요. 우리가 바쁜 걸까요 시간이 바쁜 걸까요. 존재 하나는 뒤따르는 게 분명한데, 순서는 알 수 없죠. 당신은 앞에 있어요? 아니면 뒤에 있어요?


지하철에 앉아서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많은 도로와 건물을 지나고 나서도, 시간이 흘렀음을 기이하게 여길 때가 있어요. 걸어가면 몇 시간은 소요되어야 정상인 길인데, 단 30분 만에 저는 목적지에 도착하여 어느새 계단을 오르네요. 시간이 저를 운반했을까요. 지하철이 나를 운반했을까요. 이 사실은 누가 증명해야 할까요. 떠나간 시간이? 아직 휘발되지 않은 내 기억이?



시간은 고무줄 같아요. 시간이 늘어졌다는 건 삶이 의미 없이 흐른다는 걸지도 몰라요. 팽팽한 삶, 빈틈없이 완벽한 하루가 지나면 나는 '아, 오늘은 보람이 넘치는 하루를 보냈어'라고 안도하죠. 시간은 그제야 긴장감에서 풀려나는 거예요.  


시간은 왜 정체된 것으로, 가끔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것으로 인식되는 걸까요? 시간의 이중성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우리에게 주어진 24시간은 과연 충분하다 말할 수 있을까요. 하루에 몇 시간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고 몇 시간은 시간의 흐름에 집중하며 보내고 있을까요. 


아, 물론 저는 소나기를 피해 가며 약속 시간에 도착했어요. 세상이 밝게 빛나니 마음도 환해지더군요.


오늘의 감정 :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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