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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16. 2019

당신이 지금 기록해야 하는 이유

책 읽는 것보다 메모하는 습관

“공심님 한 달에 책 몇 권 읽으세요?”

“글쎄요. 몇 권 읽는지 세어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4~5권은 읽는 것 같네요.”


나는 질문에 숨겨진 숨은 의도를 찾아내는 걸 즐긴다. 미리 몇 단계 앞서가려는 작가적 상상력의 결과라고 할까? 많은 양의 책을 읽는다는 모호한 대답보다 더 의미 있는 답안이 따로 있을 테니까. 그럴 때마다 본질에 더 다가서려 노력한다. 이를테면 책을 읽을 때 감응을 얻은 문장을 어디에 어떻게 기록하는지, 와 같은 질문으로 생각을 넓히는 것이다. 어떤 문장에 마음이 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문장을 글감으로 활용하거나 차후 인용하려면 머리로는 용량의 한계를 체감할 테니까.


나는 그에게 다른 질문을 던졌다.


“책 읽으면 밑줄은 어떻게 치세요?”

“보통 연필로 밑줄을 긋죠. 소장하고 싶은 책은 볼펜으로 밑줄을 긋고 생각을 옆에 기록해두기도 해요.”


질문을 다른 형태로 던져 본다.


“독후감이나 후기를 쓸 땐, 다시 재독을 하시나요? 밑줄만 따로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은 혹시 하지 않으셨나요? 원하는 문장을 찾으려면 책을 모두 뒤져야 하는데 불편하지 않나요?”

“밑줄을 긋기도 하지만 노트에 밑줄 친 내용을 기록하기도 해요. 가끔 짧은 생각을 담기도 하고요”

“그런 노트가 늘어난다면 관리하기 힘들겠네요? 예를 들어, 철학이라는 주제로 밑줄 그은 문장을 찾고 싶어도 노트를 일일이 뒤져야 하니까요.”

“그러네요”

“게다가 문장을 인용하고 싶어도 어느 노트에 기록되었는지 알 수 없으니까, 그 시간도 꽤 소요될 것 같기도 하고요”

“역시, 그러네요. 작가님, 혹시 추천하실만한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질문에 다른 질문을 이어 붙이니 마음에 새겨진 문장을 관리하는 방법으로까지 대화가 이어졌다. 세상엔 작가도 많고 그들이 만든 책도 많다. 아무리 하찮은 책이라도 건질만한 문장은 있다고 생각한다. 경계 없이 책을 읽으려는 생각은 작가가 남긴 문장 단 하나라도 발굴하겠다는 자세에 나타난다.


노트에 손글씨로 문장을 기록하는 날도 있었지만, 디지털 노트가 출시된 이후로 방식이 바뀌었다. 에버노트를 과거에 주로 활용했고 구글 킵, 노션까지 각종 메모 앱을 거쳐갔지만, 현재는 구글 킵에 집중하고 있다. 구글킵의 장점은 윈도우 메모장처럼 단순한 인터페이스다. 구글 계정이 있다면 전 세계 어디에서나 공짜, 게다가 웹과 앱까지 지원한다. ’Take a note…’ 항목만 클릭하면 바로 메모를 기록할 수 있다. 에버노트나 노션처럼 화려한 서식은 쓸 수 없지만, 심플한 인터페이스가 메모에만 집중하도록 돕는다.


책에 밑줄을 긋는 대신 구글 킵에 밑줄 노트를 하나 만든다. 밑줄 내용을 쓰고 태그를 하나 다는 것이다. 구글 킵에서는 태그를 라벨이라는 명칭으로 부른다. 메모의 색상을 달리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사진까지 덧붙일 수 있다. 라벨은 여러 개를 사용할 수 있다. 책의 제목, 분야를 라벨로 달아주면 나중에 관련된 라벨만 모아서 읽을 수도 있다. 미리미리 메모를 해준다면 나중에 글을 쓰기 전에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중요한 건 툴이 아니다. 책을 읽을 때, 툴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전략적인 접근이 더 중요하다. 구글킵이든 노션이든 자신에게 편한 메모 툴에 밑줄을 기록하자. 의미 없이 기록만 하지 말고 태그도 꼭 달아주자. 철학, 글쓰기, 인문, 감성 에세이, 이런 식으로 태그를 달아둔 글을 모으면 활용의 폭이 더 넓고 깊어지지 않을까? 무조건 읽는 게 능사는 아니다. 밑줄에서 영원히 남을 당신만의 견해를 발견하기 위해 지금 바로 기록하자.


질문 : 밑줄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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