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를 작성한다면 스크리브너
에버노트, 네이버 블로그 에디터, 브런치/블로그 에디터, 구글킵, 구글 독스, 한글, 워드, 글을 쓰며 그간 거쳐간 문서 도구들이다. 에버노트는 동시 사용자 제한 때문에 노션으로 갈아탄 지 오래고 구글킵은 메모용으로 적당하고 블로그나 브런치 에디터는 편집 기능은 뛰어나지만 긴 글쓰기나 대량의 원고를 저장하기에 썩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게다가 노션은 에버노트의 대체용이지 문서 편집 툴은 아니다.
2018년 첫 책을 출간할 때, 약 15만 자에 가까운 긴 글을 썼다. 출판사에서 아래 한글을 쓴다길래 어쩔 수 없이 적응해야 했다. 긴 글을 쓰다 보니 교정 요청이 빈번하게 발생할 때마다 수정할 부분을 찾아다니는 게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에피소드별로 순서를 바꾸는 일도 여러 번 일어났는데 문장을 블록 단위로 복사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업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긴 글 쓰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관리는 언제나 이슈 사항이 됐다. 그렇게 온갖 툴을 경험하다 스크리브너(Scrivener)라는 툴을 접했다.
스크리브너는 영국의 작가 Keith Blount가 개발했다. 장편 소설을 쓰던 Keith Blount는 MS 워드에 짜증이 난 나머지 직접 문서 편집기를 만들기로 작정했다. 문제는 Keith Blount가 프로그래머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5개월 이상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우며 스크리브너를 혼자 개발했다. 오직 책 두 권으로 말이다. 천재가 아닌가. 작가보다 프로그래머로서의 재능이 더 뛰어난 걸지도.
2004년, 스크리브너의 개발을 시작한 Keith Blount는 2005년 말,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하지만 테스터들의 평가는 냉혹했다. 아무리 그가 천재였다 한들 1년 만에 완벽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는 없지 않았겠나. 프로그래머들 다 죽으라고… 2년이 더 흐른 2007년 스크리브너는 세상에 정식으로 선을 보이게 됐다. 난 10년 가까이 지난 후에야 스크리브너를 접했지만.
스크리브너는 긴 글(10만 자 이상) 작성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이다. 원고 하나에 집중할 수 있지만, 여러 원고를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서 편집도 할 수 있다. 전체 에피소드의 순서를 언제든지 쉽게 바꿀 수 있으며 스냅숏 기능으로 이전에 수정한 원고를 비교하며 수정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몇 자를 쓰는지 파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스크리브너의 장점은 아래와 같다.
스크리브너는 트리 구조(계층 구조)를 기반으로 원고를 관리한다.
아무리 긴 글도 작은 세션으로 나눠 관리할 수 있다.
코르크 보드로 아이디어를 간단하게 기록할 수 있다.
상위의 세션을 선택하면 하위 세션의 원고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원고의 순서(목차)를 바꾸고 싶다면 마우스로 드래그 & 드롭만 하면 된다.
아웃라이너 기능으로 개요를 먼저 쓰고 내용을 붙일 수 있다.
현재 문서의 단어 수와 글자 수를 확인한다.
전자책(EPUB), RTF, MS-WORD, HTML, Text로 내보내기가 가능하다.
합성 모드로 문서에 집중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문서에 이미지, 영상, 음성 등의 멀티미디어 자료를 삽입할 수 있다.
구글 드라이브나 드롭박스와 연동하여 클라우드로 문서를 관리할 수 있다.
최근 유료로 구입한 노션에 이어 만족도가 꽤 높은 프로그램이다. 가격도 5만 원대로 착한 편이다. 스크리브너는 윈도우즈 버전과 맥 버전을 제공하는데, 맥 버전이 훨씬 안정적이다. 당신이 맥을 쓴다면 원고 작성용으로 맥 버전을 추천한다.
질문 : 여러분은 원고 작성할 때 어떤 툴을 이용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