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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Nov 19. 2019

시필사 8기를 정리하면서

자작시 릴레이 쓰기

시필사 모임 8기가 끝났어요. 시필사 모임은 한 달에 한 권의 시집을 같이 읽고 마음을 건드린 문장을 필사요. 필사해야 할 시는 운영자가 선택하지만, 각자 마음을 건드린 문장은 다를 수 있잖아요. 필사할 문장을 참여하신 분들에게 선택하도록 유도했어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정해진 시인의 시를 필사합니다. 지난 기수에는 이병률 시인의 <바다는 잘 있습니다>를 필사했어요. 일주일에 4회, 한 달 동안 총 16편의 시를 필사한 셈이네요. 매주 금요일에는 다른 시인의 시를 자유롭게 필사했어요.


신경림 시인의 <갈대>, 오르텅스 블루 <사막>  등의 시를 필사했어요.


필사 방엔 운영자를 포함하여 16분이 계셨어요. 마지막에 좀 색다른 이벤트를 펼쳐봤어요. 1분이 자작시를 쓰면 그분이 지적하는 다음분이 시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말이죠. 릴레이 시 쓰기라고 할까요? 그렇게 탄생한 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릴레이 시 쓰기]


복정역

     - 시 필사 8기 모두


복정역 가는 231번 버스,

상행을 타야 했는데,

난 하행을 타서 낯선 곳에 내렸다


여명에 비친 희미한 잔해들이

그제야 눈 앞에 아른거리고,

이방인을 경계하는 숨소리가 거칠다


멸종되지 않은 짐승의 새까만 이빨이

안부를 묻는 밤

난 새벽까지 흘러내리는

유성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있었던 거야


이 밤이, 이 낯섦이 나를 삼키기 전에


아직 파르르 떠는 저 달빛을 따라 돌아가야지

과연 나는 무엇이었다가 무엇으로 돌아가는가

뒤돌아 보이는 발자국이 낯설기도 익숙하기도


"야~어디냐??"....

잊고 있었던...'복정역'...

엄마가 얄밉다.

공간의 광막함과 시간의 영겁 속에서 만난

낯선 발자국을 뒤로하고 가야 한다.

다시 되돌아 가야 한다.


저물어가는 달빛을 뒤로 한채 마주한 버스정류장

그리고 달려오고 있는 복정역행 231번 버스와

조그마한 붉은 동그라미


인주처럼 붉은 동그라미 속 231번 버스는

잘 익은 낙엽을 가르며 달려와

초등학교 뒷자리 짝꿍처럼

해실 해실 입을 벌리고 웃고 있다


드디어 그곳을 위한 버스가 온다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그곳

내가 발길을 정한 그곳


심야버스를 타고 왔다가

새벽 버스를 타고 돌아간다.

낯선 시간 낯선 공간을 뒤로하고

허락받은 헤맴을 반납하고

다시 현실로 일상으로


아침이슬에 젖은 통근 버스가 익숙하고 낯설다

버스 유리창에 비친 풍경이 달라서일까

마음의 창에 비친 세상이 달라져서일까


복정역에 도착하기까지 30분

잠시 눈을 감으니 두 뺨을 건드리는 햇살에 그 짝꿍의 환한 웃음이 입을 간질인다


나의 종착지. 복정역.

그곳에서는 나는 이방인이 아닌

나만의 향기를 사람으로 돌아가야지.


다시 도착한 출발점

지나가는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나에게만 묻어나는 낯선 곳의 향기를 숨기고 일상 속으로 들어간다.


모임이 궁금하신 분들

한번 참여해보세요~

https://brunch.co.kr/@futurewave/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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