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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Mar 01. 2020

아이 없는 사람이 쓰는 긍정의 훈육 서평

바쁜 부모를 위한 긍정의 훈육 서평

나는 바쁘지만 부모는 아니다. 그러니까 ’긍정의 훈육’이란 모델 자체가 내 삶에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이상한 어른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서평을 쓰겠다고 자리에 앉았다. 힘들 것 같다. 고난이 예상된다. 서평을 써야 하니 물론 완독은 했다.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들이 책에 가득했다. 긍정의 훈육이 내 삶에 적용될 수 있을까?


나는 세상에서 딩크라 불리는 사람 중 하나다. 아이 없이 살고 있다는 얘기다. 20년이 넘도록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중이지만 자의든 타의든, 어쨌든 아이 없는 부부로 살아오고 있다. 딩크 남편으로서 쓰는 ‘바쁜 부모를 위한 긍정의 훈육’ 서평은 대체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하는 게 좋을까. 책에 누가 될지 걱정이 한가득이다.


‘훈육’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봤다. ‘덕으로써 사람을 인도하여 가르치고 기름’이라는 뜻도 있지만 ‘품성이나 도덕 따위를 가르쳐 기름’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었다. 말하자면 훈육이란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인데,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앞에 ‘긍정’이라는 단어까지 가미됐다. 이미 세상에서 좋은 뜻이란 뜻은 전부 내포된 '훈육'이라는 단어에 ‘긍정’이라는 단어까지 우군으로 첨가되었으니,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의미로 해석될 거라는 것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내 부모님은 어릴 적 긍정의 훈육보다는 '무관심의 훈육 방법', 어쩌면 '부정의 훈육 방법'을 선호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도박에 대부분의 세월을 보내야 했으니까. 어머니에겐 긍정의 훈육 같은 단어에 심취할 만한 여유가 없었으리라. 또한 그 시절엔 육아, 훈육, 돌봄 이런 아름다운 말이 바쁘고 치열하게 사느라 별로 대접받지 못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우리 집도 그랬고 어쩌면 당신이 사는 집도 그랬겠다. 나를 멀쩡하게 키운 것의 8할은 전적으로 나의 자의식이었을 거라고 생각을 도약시켜 본다. 지나치게 일찍 철이 들은 나머지, 세상을 혼자 헤쳐나가야 한다는 어떤 독립적인 이론이 나에게 정립되었다는 이야기다. 책에서 듣기론, 아이는 부모에게 배운 대로 자식에게 대한다고 들었다. 아이를 키워보진 못했지만 이론적으로 그 정도의 이야기는 상식으로 알고 있다. 내가 부모가 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다행한 일일지도 모른다. 부모로부터 긍정의 훈육법을 배우지 못했으니, 내가 부모가 되었을 때 과연 어떤 훈육을 아이에게 적용했을지 생각하면 무섭기만 하다.


<바쁜 부모를 위한 긍정의 훈육>은 일과 삶을 병행하는 부모에게 지침이 되는 책이다. 직장에서 또는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부모에게 육아는 때로 가혹한 일이 된다. 둘 다 멋지게 해내기를 바라는 부모에게 이 책은 친절하면서도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변해야 하고 성장해야 하는 사람은 언제나 부모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이는 부모의 패턴을 그대로 따르게 되니까. 긍정이든 부정이든 부모의 생각을 배우고 행동을 따라가게 될 테니까. 부모는 자신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아이를 어떤 방법으로 훈육해야 할지 이 책을 통해서 학습할 수 있게 된다.


세상엔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마음엔 일방적인 욕심만 흐를 뿐이다. 아이가 부모에게 소속감과 자존감을 느끼게 하려면 부모의 따뜻한 배려와 유대감이 먼저다. 가족이 편안하고 화목해야 일도 커뮤니티도 사회도 모두 성장할 수 있다. 가정을 등한시한 채, 그러니까 아이들을 보모에게만 맡겨 두거나, 기관에서 완벽한 육아를 맡아줄 거라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어떻게 말하면 부모가 철인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부모가 되었기에 그 책임을 감당하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렇게 되기 자신 없어서 내가 딩크를 선택했다고 하면 그것 또한 지나친 비약일까?


친절하면서도 단호한 훈육이란 대체 무엇일까? 마음의 심지를 바르게 세우면서도, 일관성 있고, 흐트러지지 않는 부모의 단호함, 그것을 떠받치는 긍정적인 세계관, 아이에 대한 무한한 기대감, 그런 게 잘은 모르지만 긍정의 훈육일까? 결국 부모의 솔선수범이 우선이며, 자녀는 바꾸기 위한 부모의 욕망이 담긴 대상이 아니라는 것,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걸 전제한다고 믿는다. 아이와 유대감을 쌓기 위해, 부모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지 부모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부모로서 아이를 대하기 위한 세상의 모든 지식이 총망라되어 있다고 할까? 그만큼 육아의 세계는 넓고 깊기만 하다. 세상의 부모를 다시금 존경하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 사회는 변화하고 있다. 아내와 남편이 각자 일을 하고 육아도 서로 분담한다고 말한다. 전통적이며 역사적인 가정의 모델이 해체되고 새로운 옷을 있는 중이다. 일과 삶, 모두의 영역에서 인정받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맡는데 문제없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 분위기에서 긍정의 훈육이라는 모델을 실천할 부모가 늘어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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